[뉴스분석]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갈등,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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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자 E7면 참조>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절차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공연히 들러리 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김 전 사장은 2일 “5년간 은행장으로서 사외이사와 접촉하고, 현재 회장대행을 하고 있는 내부 인사(강정원 국민은행장)와는 제대로 경쟁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사외이사 중심의 회장 선임 방식보다는 중립적인 제3의 인사들로 구성된 공기업 선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보추천위원회의 생각은 다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모가 진행 중인데 일부 후보가 억지 주장을 펴 선임 절차를 훼손한다고 반박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도 두 후보의 이런 주장을 판을 흔드는 시도로 보고 있다. 강 행장이 회장으로 유력해지자 선임 과정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강 행장이 우세하자 다른 후보들이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모 절차를 훼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부 후보가 여러 방법을 동원해 사외이사들을 설득했으나 지지를 얻지 못할 것 같자 판을 깨자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지주 사외이사는 독특한 지배구조여서 강 행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아니다”라며 “지난번 회장 선임에서 황영기 전 회장이 낙점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논란이 되는 문제의 뿌리는 대주주가 없는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KB금융의 경우 주주보다는 사외이사의 권한이 강한 편이다. 두 사람이 제기한 공정성 시비도 KB금융을 움직이는 사외이사를 겨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KB금융 이사회 멤버 11명 중 9명이 사외이사다. 사내이사는 KB금융 회장대행인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김중회 KB지주 사장뿐이다. 회장 후보자 1인을 뽑아 이사회에 올리는 권한을 가진 회추위는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들이 회장 후보를 뽑고, 사외이사가 절대 다수인 이사회에서 이를 결의하는 형식이다.

이 같은 KB금융의 회추위 구성은 우리금융의 회추위(2008년 5월)와는 차이가 난다. 우리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7명 중 3명만 회추위에 참여했다. 여기에 외부 전문가 3명과 주주 대표인 예금보험공사 측 인사 1명이 들어갔다.

김 전 사장은 “외부 후보끼리만 경쟁한다면 기존 사외이사로만 구성해도 되지만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가 함께 경쟁하는 구도에선 이런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조담 KB금융 이사회 의장(전남대 교수)은 “회추위에 외부 전문가를 넣으면 이들을 통해 외압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의 권한을 두고도 말이 많다. 이 사장은 “사외이사들이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권까지 원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사외이사에 둘러싸여 인사권이 없는 KB금융 회장이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의장은 “자회사 CEO를 선임할 때 이사회와 상의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정도의 의견을 모든 후보에게 제시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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