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합지 17곳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기 광명 출구조사가 좀 이상하다는데…. " "청주 흥덕이 뒤집히는가 봐. "

3백m 이내의 투표 후 출구조사가 첫 실시된 4.13총선의 현장. 각 당 지도부가 시시각각 출구조사를 확인하며 손에 땀을 낸 곳은 막판 여론조사 결과 1~2%의 차이가 났던 17곳의 전국 초(超)경합지였다.

'신(神)만이 결과를 안다' 는 제1당 싸움의 진검 승부처였던 셈이다. 대부분의 초경합지가 수도권(12곳)에 몰린 것도 특징.

서울에서는 종로(정인봉.이종찬), 광진갑(김영춘.김상우), 동대문을(김영구.허인회), 서대문갑(이성헌.우상호), 마포갑(박명환.김윤태), 마포을(박주천.황수관) 등 6곳이 출구조사.개표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시소를 거듭하며 후보와 당을 기진맥진케 했다.

인천.경기에서도 인천 남갑(민봉기.유필우), 부평갑(조진형.박상규), 서-강화을(이경재.박용호), 경기 광명(손학규.조세형), 평택을(이자헌.정장선.허남훈), 이천(황규선.이희규) 등 6곳이 밤새 난형난제의 추이를 보여 지도부의 애간장을 끓게 했다.

강릉(최돈웅.최각규), 청주상당(한대수.홍재형.구천서), 청주흥덕(윤경식.노영민), 천안갑(성무용.전용학.정일영), 북제주(양정규.장정언)도 전국적 초경합지로 손꼽힌 곳. 지난 15대 총선에서 5천표 이하로 승부가 엇갈린 수도권 선거구는 44곳이었다.

전체 선거구(96곳)중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다. 3천표 이하의 승부가 27곳, 1천표 이하의 초경합 승부처는 7곳이었다.

지지율 1~2%차의 초경합 지역은 1천~2천표 안팎으로 당락이 갈린다는 점에서 각 당 지도부도 운명의 여신에게 결과를 내맡긴 채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선대본부장.김한길 대변인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 면서도 한때 "초경합지 출구조사가 좋다" 는 자체보고에 들뜬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출구조사 결과 초경합지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는 보고가 있자 "남북 정상회담 발표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 며 제1당 싸움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특히 수도권 초경합지에서 2파전 맞대결을 벌였던 민주당.한나라당은 1석승리가 2석차 효과로 이어지는 이곳에 투.개표 철저감시를 긴급 지시하며 인력을 증원하는 등 사활을 걸었다.

자당 후보가 2, 3파전을 펼친 청주상당.청주흥덕.천안갑 등의 출구조사를 주로 탐문하던 자민련은 "15대 총선 때 출구조사가 얼마나 부정확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느냐" (趙富英선대본부장)면서 평상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