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승리' 기준 제각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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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13총선은 향후 정국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된다. 국정운영 방식.추진력의 변화는 물론 정치권의 구도에도 변동을 몰고올 전망이다. 때문에 각 당은 저마다 승패의 기준을 정해놓고 정국변화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진정한 승리론〓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외형상 승패의 기준을 제 1당이 되느냐 여부로 설정해놓고 있다. 이 기준에서 1당을 가를 분수령은 지역구 1백~1백5석이 될 것이라는 게 양당의 분석이다.

그러나 두 당의 지지기반인 영남과 호남의 절대의석 수 차이란 가중치때문에 '진정한 승리론' 에 대한 해석은 서로 다르다.

한나라당은 무조건 1당이 못되면 패배라는 위기감에 싸여 있다. 영남 전체의 의석수가 65석으로 호남 29석의 2.4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1당의 기준인 1백~1백5석이 못된다는 것은 97석이 몰린 수도권에서 민주당에게 더블스코어 차로 진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점에서다.

반면 민주당은 "1당이면 무조건 승리지만 비록 1당이 못돼도 한자릿수(9석) 이내의 패배라면 사실상 승리" (김한길 총선기획단장)라 간주하고 있다. 호남과 충청.강원.제주를 합쳐 35석, 그리고 수도권 97석 중 60석 이상을 얻을 경우다.

수도권에서의 우세에다 15대 총선 지역구의석 66석(2백53개 중 25%), 현재의 84석(33%)과 비교해볼 때 진정한 승리로 평가할 수 있다는 근거를 댄다.

◇ 자민련과 민국당의 생존싸움〓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당싸움을 하고 있다면 자민련과 민국당은 당 존립을 건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

자민련은 내부적으로 생존의 마지노선을 지역구 20석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럴 경우 비례대표 6석을 합쳐 26석이 되므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역을 지속시켜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사안별 공조파트너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런 계산법이 실패했을 경우 당의 와해와 함께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정계 2선퇴진론까지 밀려들 수 있어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金명예총재가 선거전 막판 충청권에서 노골적인 지역감정을 거론하고 있는 건 이런 절박감에서다.

민국당은 지역구 5석에 비례대표 3석을 합쳐 8석 정도면 신생정당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역구 5석은 한나라당의 아성인 영남에서 최소한의 교두보를 마련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선 가능지역의 당 후보가 총선 후 정치권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중진들이란 점에서 이들이 살아온다면 당 존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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