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선전 휘말린 후보들 누명벗기 진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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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마산의 한석태(무소속)후보는 최근 합동연설회에 전 부인(대학교수)까지 동반하고 나왔다. 사생활 문란과 주벽 때문에 이혼당했다는 유인물이 나돌아 '서로 생각이 달라 떨어져 살 뿐' 임을 알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흑색선전에 휘말린 후보마다 누명을 벗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광주 동구 김경천(민주)후보의 남편은 선거 초반 전 부인과의 사이에 낳아 재혼 전 남에게 양육권을 넘겨준 딸을 30년 만에 목포에서 찾아내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金후보가 결혼 직후 전처 소생 딸을 외국에 입양보냈다는 루머를 근절하기 위해서였다.

경북 고령-성주 주진우(한나라)후보는 유세 때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상대 후보의 공격을 맞받아친다. 그는 "다리에 철심 4개가 박혀 평생을 불편하게 살 안타까운 자식을 두고 이래도 되느냐" 고 응수한다.

고소 고발이라는 강수도 자주 동원된다. 광주 동구 이영일(무소속)후보는 아들이 승마 성적을 조작해 대학에 부정입학했다는 편지가 나돌자 경기실적 증명서를 첨부해 검찰에 요구했다.

합동연설회에서 상대로부터 "애인을 데리고 다니는 것 같다" 는 소리를 들은 강원 태백-정선의 박우병(한나라)후보는 명예훼손 혐의로 상대를 경찰에 고발했다.

청주 한대수(한나라)후보는 "공직에 있을 때 부하 여직원과 불륜을 저질렀다" 는 문건이 나돌자 문제의 여자가 그 기관에 근무한 적이 없다는 증명서를 발급받아 수사를 요청했다.

선거운동원을 가장해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폭언을 한 뒤 끊어버리는 괴(怪)전화 때문에 고심하던 인천 남구을 이강희(민주)후보는 경찰에 발신지 추적을 의뢰해 놓고 있다.

안양 동안 이석현(민주)후보측은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호도하는 흑색선전이 난무하자 전화.구전 홍보단을 총동원해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선거운동원 20명이 식당 등을 돌아다니며 출처를 추적 중이다.

관계기관에 압력을 행사해 사촌이 국유지를 불하받았다는 음해에 시달리는 경남 진주의 김재천(무소속)후보는 국유재산 매매관련 공문.계약서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시력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경기 고양시 일산갑의 정범구(민주)후보는 합동연설회에서 콘택트 렌즈 대신 두꺼운 알의 안경을 써 보이고 의사 소견서까지 공개했다.

김현승.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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