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내년 시행 지키되 노사에 시간 줘 충격 줄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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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제는 정치권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백가쟁명식으로 대안을 쏟아내는데 노동계의 눈치를 보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일 “복수노조를 바로 시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준비기간은 1년일 수도, 2년일 수도, 3년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사실상 유예안이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즉각 대국민 선언서를 내고 “내년에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일부 기업은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유예 논란을 잠재우도록 한나라당에 강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노동TF팀이 “당론이나 당정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진화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김성태·이화수·안홍준 의원 등도 잇따라 정부의 내년 시행방침을 뒤집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노동계 출신이거나 노동계의 입김이 강한 지역구의 의원들이다. “총선(2012년 4월) 이후까지만 시행을 미루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렇게 되자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선 긋기에 나섰다. 임 장관은 이날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시기까지 준비과정을 달라는 것은 힘들다. 여러 차례 밝힌 대로 유예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중에 반드시 시행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경기개발연구원 최영기 석좌연구위원은 “정치권의 각종 방안은 의원 개인이나 당의 이해득실에 따른 ‘노사 담합 촉진안’을 내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집행 기능을 정치권에서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 장관과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 경총 김영배 부회장은 2일 오후 4시 안상수 원내대표실에서 4자 회담을 한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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