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기자 르포 3신] “다른 기업들 여전히 건재 … 금융 충격 3~5개월 갈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10년 전 한국에서 대우그룹이 부실화했을 때와 마찬가지다. 당시 다른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유지했다. 마찬가지로 두바이월드가 파산한다고 해서 중동 전체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두바이의 자산운용사 알지브라캐피털의 주식 운용 책임자인 조 카우카바니(사진)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두바이 경제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당분간은 충격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다시 일어선다는 얘기다.

다만 그는 “최근 3개월 동안 모두들 두바이 정부가 빚을 갚아 낼 것이라고 안심해 왔다”며 “두바이월드의 채무유예 요청은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었다”고 말했다. 레바논 출신인 그는 10여 년간 중동 지역 주식 운용을 맡아 왔다.

-두바이월드가 파산한다면 그 여파는 어느 정도인가.

“두바이 경제는 당분간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경제 성장이 주춤해질 것이고, 은행도 대출을 훨씬 신중하게 할 것이다.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일단 금융시장엔 3~5개월가량 충격이 갈 수 있다. 제대로 대응을 못 하면 1~2년으로 길어질 수 있다.”

-두바이 정부가 두바이월드의 채무 지급보증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투자자들은 국영기업이니까 정부가 보증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겠지만 ‘두바이월드=두바이 정부’는 아니다. 둘을 구분하는 건 당연하다. 정부가 돕긴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두바이월드가 파산한다고 두바이 전체가 디폴트에 빠지는 건 아니다. 두바이월드가 크긴 하지만 두바이엔 다른 건재한 기업이 많다. DP월드나 에미레이트항공·에마르 등은 여전히 성공적이다.”

-이번 사태가 중동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랍에미리트가 중동 지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아시아 중 말레이시아 정도인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 중 두바이의 비중은 1~3% 정도로 추정된다. 리먼 브러더스 때처럼 두바이월드의 부실이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같은 나라는 물론 풍부한 원유를 보유한 아부다비에도 영향은 없을 걸로 본다.”

-이번 일로 금융허브로서 위상이 흔들릴까.

“그렇진 않다. 두바이가 허브 역할을 한 건 인프라, 생활 스타일, 규제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중동에 이런 기반을 가진 곳이 없다. 두바이는 물류·항공 부문에서도 강점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결국 두바이 경제는 서서히 회복될 거다.”

-두바이 통치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깨지진 않을까.

“셰이크 무하마드는 비전을 가진 지도자다. 지난 10년간 두바이가 이렇게 발전해 온 게 그의 지도력 덕분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통치자에 대한 국민의 존경과 신뢰는 굳건하다. 수요일(2일) 건국기념일에 국민의 사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다.”

두바이=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