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선 일곱번째 개인전 '마음의 풍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거무튀튀한 화면 속에 덩그러니 놓인 빗자루 하나, 잎파리 하나 없는 나목 한 그루, 이름모를 들꽃…. 꽃병 속에 꽂힌 꽃도 무명씨(無名氏)다.

외진 골목길을 걷다 맞닥뜨린 담벼락, 그 갈라진 틈새를 비집고 나온 담쟁이. 보는 마음이 왠지 허전하다.

서울 소격동 아트스페이스서울(02-720-1524)과 관훈동 학고재 화랑(02-739-4937)에서 일곱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는 강미선(39)씨가 그린 '마음의 풍경' 이다.

어두운 화면에 담긴 평범한 소재. 소박하기 짝이 없는 형식이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작가가 이입한 따스한 감정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박수근의 그림이 연상되는 이유다.

특히 나무 그림은 마치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 에서 여인만 빠진 듯하다.

아닌게 아니라 작가는 "작고한 화가 중에 가장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박수근" 이라고 말한다.

강씨는 '서민의 화가' 로 불렸던 박수근처럼 일상의 모퉁이에서 마주치는 작은 사물에 애정을 쏟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박수근이 유화 물감을 여러차례 덧칠하는 식으로 화강암 같은 특유의 화면을 만들었다면 강씨는 한지를 여러 겹 붙여 두들기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 울퉁불퉁한 질감을 얻어낸다.

작가는 "바탕만 잘 만들어지면 작업의 70%가 완성되는 셈" 이라고 설명한다.

종이 만드는 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구해온 질 좋은 닥지를 풀로 붙이고 말리고 손으로 토닥이는 각종 '공정' 을 거쳐 '강미선표' 로 내놓는다.

여기에 문인화 풍의 정물.식물.풍경 등을 가느다란 선을 주로 써가며 간결하게 그려 마무리한다.

작품과는 무관하게 강씨는 '부부화가' 로도 유명하다.

홍익대 동양화과 동기인 남편 문봉선씨와는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상하며 한국화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경쟁자이자 동반자 관계다.

두 사람 다 '한국화의 현대적 해석' 에 관심이 깊다.

"화가 부부라고 하니까 남편이 직접 먹도 갈아주느냐는 농담도 많이 듣는다" 는 강씨는 "살림과 아이들 키우는 일에 신경쓰느라 여러 번 그림을 포기할 뻔했으나 이럴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남편에게 감사한다" 고 말했다.

26일까지.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