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서울탐험] 미아리 고개 '점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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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운명감정소.예언가.철학원.작명소.점술원.거북점집….

갖가지 이름의 점술(占術)집이 몰려있는 서울 성북구 동선동 미아리고개 주변.

일생의 길흉을 점치는 사주(四柱).1년 화복을 풀이하는 신수(身數).재물운을 알아보는 재수.병점(病占).시험점.결혼점.작명 등을 통해 운명 엿보기가 이뤄 지는 곳이다. 미아리 점집은 모두 70여 군데. 대부분 시각장애인들이 하고 있으며 여주인은 20여명이다.

1960년대 후반 한 점술인이 시작한 점집이 잘된다는 소문이 나자 알음알음 모여들어 '점동네' 가 됐다.

대개 한번 찾아온 손님이 점괘가 맞을 경우 주변 사람들을 끌고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80년대 중반까지 쪽집게 명성으로 호황기를 누린 점집들은 이후 손님이 점차 준데다 시각장애인들마저 안마시술소로 옮겨감에 따라 정체의 길을 걸었다.

몇년전 성북구청은 이곳을 집단 점성촌으로 지정, '세계 점의 날 행사' 를 유치하려 했다.그러나 일부 종교 신도들이 반발해 무산되는 등 주변의 비우호적인 시선도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다.

최근 들어 경기가 풀리면서 점집을 찾는 발길이 전보다 잦아졌다고 한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문인지 대학생들도 제법 눈에 띈다는 것. 복채는 한번에 2만원 정도지만 점괘를 받아들이는 손님 기분에 따라 들쭉날쭉이다.

손님을 끌기위한 변신도 거듭되고 있다. 간판을 규격에 맞춰 산뜻하게 통일했는가 하면 방울도사나 신령.선녀.신선 같은 거부감을 주는 과장된 용어의 사용도 금지되고 있다.

점술인 김상철(金相哲)씨는 "점을 미신으로만 보지말고 우리의 전통이 녹아있는 문화현상의 하나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며 "외국인들도 즐겨찾는 명소가 되도록 힘쓰겠다" 고 말했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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