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 소음…시민들 신고 빗발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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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창원공단 입주 기업들의 사원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경남 창원시 가음정동에 사는 회사원 朴모(35)씨. 그는 요즘 야근하고 새벽에 집에 돌아와 눈을 붙여보려 하지만 총선 유세 소음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다.'낮잠' 을 자주 설쳐 야근 때 작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전국 곳곳에서 후보들이 쏟아내는 선거유세 소음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아파트단지.시장.병원 앞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고성능 확성기로 지지연설과 로고송 등을 틀어대고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경찰서 등엔 유세 소음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신고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아예 유세차량 출입 자체를 막고 있다. 이에 일부 후보는 '무소음' 유세로 경쟁후보와 차별화 전략을 펴기도 한다.

◇ 시민 불편 '나몰라라' 〓대구시 북구 산격동 대우아파트 출입구에는 '유세차량의 출입을 통제한다' 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소음공해에 시달려온 주민들의 강한 요청으로 이뤄진 일이다.

경남 창원시 중앙동의 주부 金모(40)씨는 선거유세가 시작되면서 남편이 출근하면 창원시 사파동 친정집으로 가는 게 일과가 됐다.

하루종일 울려대는 유세소음이 너무 시끄러워서다. 지난 3일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시장통 네거리에서 열린 개인연설회에는 후보 5명의 유세차량이 한꺼번에 몰려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시끄러웠다.

이에 일부 상인들은 "유세차량과 선거운동원들 때문에 그나마 있던 손님이 모두 떠났다" 며 유세단에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전북 전주 완산선거구 한 후보는 지난 1일 서신동 모병원 앞에서 고성능 확성기로 유세를 벌이다 환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시민의 신고로 인근 파출소에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었다.

◇ '무소음 유세' 〓강원도 원주 이창복(민주)후보는 '무소음 유세' '소음없는 날' 등의 이벤트를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확성기 유세' 가 되레 표를 갉아먹을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광주 북을 강경구(한나라)후보는 방송을 통한 거리 유세는 아예 벌이지 않는다. 같은 선거구 김태홍(민주)후보도 아파트단지 앞에서 1~2분 정도 짧게 인사말만 하고 이동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소음공해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해보겠다는 전략이다.

[4·13 총선 기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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