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타는 일본 정국] 2.새 내각의 성격과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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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의 모리 요시로(森喜朗) 자민당 총재가 5일 오후 중.참의원 본회의에서 새 총리로 선출됐다.

모리 총재는 중의원에서 투표자 4백88명 중 3백35표를 얻어 95표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참의원에선 투표자 2백44표 가운데 1백37표를 얻었다.

"모두 하나가 돼 난국을 돌파해달라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씨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 5일 오전 열린 자민당 중.참의원 합동총회. 모리 신임 총재는 당의 단결을 호소했다.

자기 색깔을 내기보다 오부치 내각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각료를 모두 유임시키고, 오부치의 사적 자문기관을 유지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리 내각의 최대 과제는 경기 회복이다. 1997, 98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경제는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오부치 내각이 내건 99년도 0.6% 성장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오는 6월 발표될 성장률이 목표치를 밑돌면 야당의 공세가 불보듯 뻔하다. 모리는 전 정권이 남긴 숙제도 안고 있다.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 따른 재정적자 문제다.

올해 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기채무 잔고는 6백45조엔에 이른다. 경기 회복과 재정 재건을 단기간에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모리는 일단 경기 회복쪽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

교육 분야만은 독자적인 색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부상을 오래 지낸 대표적 '문부족' 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총리 자문기관으로 '교육개혁 국민회의' 가 설치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마침 오부치가 임명한 교육담당 보좌관도 심복인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전 문부상이다. 이 기관이 올 여름 낼 중간보고서는 여러모로 관심을 끌 전망이다.

안보정책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부치와 달리 모리가 그동안 우파의 목소리를 내왔던 점이 주목된다. 국회의 헌법 문제 논의과정에서 새 총리의 정치 이념이 반영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외교는 7월의 오키나와(沖繩) 주요국(G8)정상회담 개최가 최대 현안이다. 그러나 모리의 외교 수완은 미지수다. 당정의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대외 관계는 통산상때 다뤘을 뿐이다. 외교 경험이 풍부했던 오부치와는 다르다. 오키나와에 관한 '설화(舌禍)' 로 지역 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도 변수다.

그는 최근 "오키나와현 교직원조합은 공산당이 지배해 뭐든지 정부에 반대한다. 두 지역신문도 마찬가지" 라고 해 물의를 빚었다.

모리 내각의 기반은 안정적이다. 공명당.보수당과 연정을 꾸려 중.참의원 의석은 반수를 훨씬 웃돈다. 법안 통과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당내 장악력은 떨어진다.

G8정상회담 전 총선설이 급속히 세를 불리기 때문이다. 어차피 선거관리 과도내각, '핀치히터 내각' 이 아니냐는 것이다. 당정의 핵심인 간사장과 관방장관을 최대 파벌인 오부치파가 맡은 것도 운신의 폭을 좁힌다. 모리는 총선을 통해 신임을 받아야 본격적인 친정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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