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모 손 들어준 중국 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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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의 국제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고 귀국한 한국 유학생의 부모가 국제학교를 상대로 등록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와중에 환율 폭등으로 국제학교를 퇴교하고 귀국했던 한국 유학생이 많아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北京)시 순이(順義)구 법원은 최근 한국 학부모 K씨(46)가 영국계 D국제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등록보증금 3만6000위안(약 62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에서 “학교는 학부모에게 50%를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K씨는 지난해 말 금융위기로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자녀가 다니던 D국제학교의 수업료 부담이 커지자 자녀를 귀국시켰다. K씨는 지난해 10월 24일 D국제학교 측에 사정을 호소하면서 등록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학교 측은 “교칙상 퇴교할 경우 개학(9월 1일) 이후 45일 이내(10월 15일 전)에 통보해야만 등록보증금을 되돌려 주지만 K씨가 기한을 넘겼기 때문에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K씨는 올 6월께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D국제학교의 ‘입학과 등록에 관한 조건’이라는 교칙은 학교가 단독으로 정한 것이고 학부모들이 관련 규정에 대해 협상할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공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법원은 “학부모도 교칙이 정한 기한을 지나 퇴교 통지를 하는 바람에 학교 측에 혼란을 줬기 때문에 D국제학교는 등록보증금의 50%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국중컨설팅 류칭타오(劉慶濤) 변호사는 “ 이번 판결로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사립학교촉진법에는 학생이 중도에 그만둘 경우 수업료 등 각종 비용을 전액 반환토록 하고 있으나 이번 판결은 일반 민법 규정을 적용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K씨는 “금융위기 당시 수많은 한국 학부모가 18만~20만 위안 하는 연간 등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귀국한 경우가 많았다”며 “유사한 피해를 본 부모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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