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배당 수익 눈높이 낮춰야 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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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보통 연말로 갈수록 주목받는 게 배당주다. 요즘처럼 시장이 불안할 땐 특히 더 그렇다. 종목 자체의 성격이 성장주에 비해 안정적인 데다 배당수익이란 ‘덤’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직접적인 배당 수익에 대한 기대의 눈높이는 낮춰야 할 듯하다. 배당수익률이 근년 들어 가장 낮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0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200지수 편입 종목을 기준으로 한 예상 배당수익률은 1.14%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수익률은 2004년 2.22%를 기록한 뒤, 지난해(1.44%)까지 쭉 1%대를 기록해 왔다. 다른 증권사들의 예상도 엇비슷하다.

배당수익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올해 기업들은 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거쳤다. 보통 이런 시기에는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배당으로 나눠주기보다는 사내에 유보하려는 경향을 많이 보인다.

특히 금융위기를 거친 후라 더 그럴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박가영 연구원은 “지난해 위기를 겪은 기업 입장에선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쌓아두자는 기조가 강해질 수 있고, 주주들도 무리한 배당을 요구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또 이익이 회복되면서 주가도 뛰었다. 배당수익률은 현재 주가에 대한 배당금의 비율이다. 주가가 많이 뛴 만큼 배당률은 낮아 보이게 된다. 대신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200 종목의 배당금액 자체는 지난해 7조3000억원보다 1조원가량 늘 것으로 보인다.

이런 탓인지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고배당 종목들의 주가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1월 들어 27일까지 KT&G(-3.5%)·SK텔레콤(-6.1%)·강원랜드(-1.6%) 등이ㅈ 약세를 면치 못했다. 증시 자체가 부진하긴 했지만 전통적으로 11월은 배당주들이 가장 선전했던 달이란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라는 평가다. 신영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배당수익률이 낮을 것이란 예상에 관련 펀드들이 적극적으로 배당주를 사들이지 않은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두바이 쇼크’로 최근 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게 변수다. 이경수 연구원은 “주가가 하락하거나 횡보할 때 상대적으로 배당주가 선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시장에서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주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고배당주들의 주가가 부진하긴 했지만 거꾸로 앞으로는 ‘격차 메우기’가 벌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배당주 투자에 나설 땐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배당 수익뿐 아니라 앞으로 주가가 올라 매매 차익까지 거둘 가능성이 큰 종목을 고르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교보증권 황빈아 연구원은 “막연히 배당수익률만 보고 들어가기보다는 해당 종목의 실적이 개선되는지, 현재의 주가 수준이나 현금 흐름이 어떤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 종목을 고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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