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은행 우수고객창구 신설로 대기시간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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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전 볼 일이 있어 은행에 들렀다. 번호표를 뽑았더니 대기인수가 2명으로 표시돼 있었다. 다른 바쁜 일이 있었던 나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고 내심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런데 10여분이 지나도록 내 차례가 오지 않았다. 나보다 훨씬 늦게 은행에 온 사람들이 창구에 바로 가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은근히 화가 나 창구직원에게 따졌더니 그 사람들은 빅맨클럽 창구 이용자라고 했다.

평소에 은행에 들를 때는 창구 세개가 모두 일반창구였다. 그런데 갑자기 한개의 창구를 이 클럽의 고객용으로 만든 것이었다.

우수고객에게 더 편리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사람이 많을 경우 이같은 일처리 방식은 합리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다리는 고객이 몇명 되지도 않는데 우수고객과 구분해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굳이 우수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하려면 인력을 더 배치해서 별도의 창구를 추가로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은행 손님도 귀천(貴賤)이 있는 것 같아 무척이나 씁쓸했다.

한진철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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