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악가 日 무대 진출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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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한국 성악가들의 일본 무대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소프라노 김영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가 지난 17일 일본 후지와라오페라단이 제작한 '라 트라비아타' 에서 비올레타역을 맡아 일본에 데뷔한 데 이어 24일 도쿄(東京) 나가노 제로홀에서 열린 '카발렐리아 루스티카나' '팔리아치' 공연에서 소프라노 이은순.테너 이현.바리톤 유현승이 주역가수로 출연했다.

지난 1998년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의 스홍왕자 역을 맡아 일본.헝가리 무대에 진출한 테너 이현은 올해부터 일본 굴지의 매니지먼트사인 재팬 아트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 오는 29일 도쿄 기오이(紀尾井)홀에서 슬로바키아 출신 소프라노 루비차 바르기초바와 듀오 리사이틀을 갖고 9월 3일 요코하마(橫濱) 미나토 미라이홀에서 소프라노 신지화.바리톤 고성현과 함께 2002 월드컵 기념 갈라콘서트에 출연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가수들을 많이 배출한 데 반해 오페라 인프라가 아직 미흡하고, 일본은 선진국 수준에 달한 극장.매니지먼트 덕분에 무대는 넓으나 뛰어난 주역가수들은 모자라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미국.유럽의 가수들을 번번히 수입해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까운 한국에서 그리 비싸지 않은 개런티로 뛰어난 성악가들을 초청해 무대에 세움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테너 이현(36)의 경우 일본에서 팬클럽이 조직될 정도로 인기다.

제대로 된 오페라가 1년에 10여편밖에 제작되지 못하는 국내 현실에서 넓은 음악시장을 갖고 있는 일본 무대 진출은 매력있는 일이다. 개런티도 국내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

성악가들은 한결같이 일본에서 오페라를 공연하면 연습에서부터 공연까지 하나하나 가수들 편에서 챙겨주는 극장과 스탭들이 부럽다고 말한다.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공연을 위해 2개월만에 일본어 번역 가사를 몽땅 외워버린 테너 이현씨는 "한국 성악가들은 연습과 노력을 게을리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며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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