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시험대] '안 연구소' - 안철수 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7면

- 백신만 갖고 낼 수 있는 수익은 한정돼 있지 않나.

"지난해 한글과 컴퓨터에 이어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두번째로 매출액 1백억원을 돌파했다.

그중 순이익 비율도 높아 55억원에 달한다.50여명의 직원으로 안연구소처럼 많은 이익을 내는 벤처도 드물다.

'V3' 를 대부분 개인들만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개인들은 도스버전을 무료로 내려받아 이용하고 있고 90%는 돈을 주고 구입한 기업고객이다"

- '토탈 보안서비스 제공업체' 를 표방하고 있는데 기존의 명성에 비해 이쪽은 오히려 후발자라는 인상이 강하다.

"한두달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또 말만 내세우는 곳보다 탄탄한 기술력과 오랜 경험을 가진 인력을 갖고 있어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 백신분야 외엔 보안쪽의 핵심 기술이 없지 않나.

"보안 분야에는 18가지 정도의 영역이 있다. 이중 한 분야라도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안연구소가 갖고 있는 백신 분야 노하우는 국내 어느 업체도 따라올 수 없다. 다른 분야의 기술은 그것을 갖고 있는 업체와 제휴해 확보할 생각이다. 기존 회사가 없으면 안연구소가 투자, 새 회사를 만든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12월 보안 호스팅 서비스 업체 코코넛과 리눅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앨릭스를 만들었다.앞으로 올 상반기 안에 4곳 정도와 더 제휴를 하게 된다."

- 경영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느리다는 지적이 있다.

"항상 IT전체의 흐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다. 안연구소가 지난해 만든 보안 호스팅 서비스 업체 코코넛도 세계에서 처음 나온 개념이다. 몇달뒤 일본 NTT가 비슷한 회사를 만들었다. 원래 성격 자체가 말만으로 떠드는 것을 싫어한다.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발표하지 않는다.

97년 NT버전의 백신은 세계 3대 회사와 거의 같은 시기에 동시에 제품을 출시했을 정도로 항상 미래를 예측해왔다고 자부한다. 또한 한국IBM출신의 이경봉 신임 부사장이 공격적 경영을 잘 이끌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 최근 공격적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위기감의 반영이 아닌지.

"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이유도 있다. 외국서 만든 제품을 덤핑해서 팔면서 솔루션 개발에 따른 영업이익보다는 투자를 받아 투자차액을 노리는 회사들이 지속적이고 꾸준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할 지가 의심된다.

보안은 유지.보수가 생명인데 이런 회사들에게 한국 인터넷 산업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백신의 국내 점유율은 높지만 해외 시장에서도 그것이 가능할지.

"지난해 까지는 백신시장 국내 1위 자리를 굳히는 기간이었다. 1년에 4백% 성장하는 시장에서 1위를 놓치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외국 일류기업들이 함께 경쟁하는 한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기술력이 뒤지지 않는다는 증거다. 미국쪽은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 힘들겠지만 중국 등 아시아쪽은 충분히 해볼만 하다."

- 코스닥 등록을 내년초로 잡고 있는데 회사의 명성에 비해 늦은감이 있다.

"기술도 별로 없으면서 투자만 유치하는 머니게임은 하지 않는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