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8개월만에 16kg빠져, 고혈압 약까지 끊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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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5년 전부터 혈압(142/94)이 안 좋아 고혈압약을 복용해 온 김모(43·경기도 용인시)씨는 1년 전 동네에 수영장이 딸린 스포츠센터가 들어서자 수영을 배워보기로 마음먹었다. 대부분이 중년 여성인 회원들과 어울려 수영의 ABC부터 배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호흡법을 익히고 다양한 영법을 배우면서 점점 수영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김씨는 “풀을 왕복하는 고독하고 지루해 보이는 운동이지만 내겐 매력 만점의 운동”이라며 “덕분에 혈압이 떨어지고 체중이 빠졌다”고 즐거워한다.

실제로 수영 시작 8개월 후 178.3㎝인 김씨의 체중은 95.8㎏에서 79.5㎏으로 감소했다. 덩달아 자신의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BMI(체질량지수)도 30.1(고도 비만)에서 25(과체중)로 줄었다. 체지방률은 34.1%→19.1%로, 근육량은 36.2㎏→36.5㎏으로 개선됐다. 혈압까지 잘 조절돼 의사로부터 ‘고혈압약을 당분간 끊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거기엔 지하철 출퇴근, 직장에서 계단 오르내리기 등을 병행한 것도 도움이 됐겠지만, 그는 지금도 매일 아침 출근 전 30∼40분 수영하기를 거르지 않는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는 “수영은 심폐지구력을 높이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고혈압·심혈관 질환 예방·치료 효과가 있다”며 “유연성을 높여주고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켜준다는 것도 수영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상당한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전문가의 레슨을 받아야 하지만, 다행히 수영은 연령과는 무관하게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숨이 약간 찰 정도로 하루 30분 이상 해야
수영은 퇴행성 관절염·류머티스성 관절염·요통 환자에게 적극 추천된다. 물속에선 관절에 걸리는 부하가 90%나 줄어들기 때문이다. 관절염을 앓게 되면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 우울증·비만을 겪고 이에 따라 관절염이 더 심해질 수 있는데, 수영장에 다니면 이런 악순환도 막을 수 있다. 중년의 관절염 환자라면 처음엔 가슴 정도 높이의 물속에서 걷기부터 시작한다. 이때 수온은 30~33도가 적당하다.

천식이 있거나 감기가 잦은 사람에게도 수영은 권할 만하다. 물속에 있으면 물 밖에 있을 때에 비해 체열을 25배나 많이 빼앗기는데, 이를 견디면서 수영을 하는 도중 우리 몸의 체온조절 기능이 개선된다. 천식환자에겐 차갑고 건조한 날씨가 ‘독’이다. 습도가 어느 정도 유지돼야 기관지의 자극이 줄어든다.그러나 심장병이 있다면 수영은 매우 위험한 운동이 될 수 있다. 어깨·팔 등 상체를 주로 쓰는 운동인데, 같은 운동량이라도 상체 운동은 하체 운동에 비해 심장에 주는 부담이 크다.

고혈압 환자라면 수영할 때 숨을 오래 참는 것을 피해야 한다. 숨을 길게 참은 상태에서 근육에 힘을 주면 혈압이 급상승한다.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운동인 수영은 골다공증·골절 예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폐경 여성이 ‘수영을 하면 뼈가 튼튼해지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뼈를 강화하려면 걷기·등산 등 중력을 받는 운동을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

수영할 때 가장 흔한 부상 부위는 어깨다. 수영을 적당히 즐기면 어깨 관절이 유연해지지만 과도할 경우 어깨 통증·어깨 충돌 증후군(팔을 들어올릴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하다, 오십견으로 곧잘 오인)을 유발할 수 있다.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팔을 머리보다 높게 드는 동작이 많은 자유형·접영을 할 때 곧잘 발생한다. 수영 도중 어깨가 심하게 아프거나 수영 후 두 시간이 지나도록 통증이 지속된다면 수영 강도와 시간을 줄여보고, 통증이 심하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운동량이 지나치거나 준비운동 없이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면 허리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허리 통증이 있으면 허리에 부담을 많이 주는 접영·평영은 곤란하다.
일반적으로 중년 남성에겐 자유형·배영이 적합하다. 평영·접영은 자유형·배영에 비해 2배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서울아산병원 진영수 교수는 “수영의 운동 강도는 최대심박수의 60~80%(숨이 약간 찰 정도)가 적당하며 90%가 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시간은 경험에 비춰 심하게 피곤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되 하루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체중 감량엔 아쿠아 운동이 더 효과적
체중 감량만을 위해 수영에 입문하는 중년도 많다. 건국대 스포츠과학부 차광석 교수는 “수영은 에너지 소모가 매우 큰 운동으로 전력을 다한다면 1∼2분 만에 몸에 축적된 열량 100㎉를 태울 수 있다”며 “그러나 모질게 마음먹지 않으면 실망하기 쉽다”고 조언했다. 차 교수가 몇 년 전 서울 잠실의 수영장에서 대부분 중년 여성인 회원들의 체력·체중 등을 조사한 결과 같은 또래의 수영을 하지 않는 여성에 비해 확실히 관절이 유연했으나 의외로 과체중인 사람이 많았다.

체중을 빼려면 일주일에 3회 이상 숨이 약간 찰 정도로 40분씩은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런데 수영은 운동 강도를 자신이 조절하기 힘든 데다 일단 시작하면 고강도 운동이 되기 쉬워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체중을 빼려면 수영과 아쿠아 운동을 병행하라고 조언한다. 국내에서 중년 여성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10주 동안 회당 60분씩 매주 4회에 걸쳐 한 그룹은 수영만, 다른 그룹은 수영·아쿠아운동을 함께 하도록 한 결과 수영만 한 여성(평균 2㎏ 감량)에 비해 두 운동을 함께 한 여성(3.1㎏ 감소)의 체중·체지방 감소분이 더 컸다(한국스포츠리서치 2007년 18권).

아쿠아 운동은 수중 걷기·뛰기·비틀기·발차기 등 간단한 동작으로 시작, 에어로빅(아쿠아로빅)·댄스·태권도·킥복싱 등 응용 동작으로 이어진다. 수영처럼 힘들지 않고 특별한 기술도 필요하지 않다. 또 다이어트 효과가 있고 근력·균형감각도 좋아진다. 수중 걷기는 운동량이 평지에 비해 5∼43배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쿠아 운동도 가시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주 3회 이상 3개월은 꾸준히 해야 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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