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곽승·메조 김신자씨… 이혼했지만 같이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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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무대에서만큼 '침묵은 금' 이라는 말이 효력을 발생하는 곳도 없다.

음악 이외의 어떤 소리도 '소음' 으로 간주돼 얼굴 표정과 제스처만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빛만 봐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이라면 금상첨화. 지휘자 곽승(郭昇.부산시향 상임지휘자)씨와 메조소프라노 김신자(金信子.이화여대 교수)씨가 바로 그런 사이다.

오는 30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코리안심포니 창단 15주년 기념공연에서 이 둘의 무대를 볼 수 있다.

말러의 '교향곡 제3번' 을 협연하기 때문. 이 작품은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여성합창단.소년합창단에 알토 독창이 있어야 하는 매우 방대한 곡이다.

이들은 경희대 음대 재학시절 같은 학번으로 만나 40년째 '음악친구' 로 지낸다. 가정을 이루기도 했으나 20년만에 헤어졌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여전히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다.

이들이 공식 무대에서 처음 만난 것은 1978년. 김자경오페라단이 제작한 '카르멘' 에서 지휘자.주역가수로 호흡을 맞췄다.

곽씨가 부산시향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95년 이후 이들의 '만남' 은 잦아졌다.

96년 곽씨가 부산시향을 이끌고 뉴욕 카네기홀 등에서 미국 순회공연을 하면서 프로코피예프의 '알렉산더 네프스키 칸타타' 에 알토 독창자로 김씨를 초청, 18년만에 다시 한 무대에 섰다.

이후 이들 콤비는 97년 교향악축제에서도 같은 곡을 연주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부산시향 정기연주회에서도 브람스의 '알토 랩소디' ,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의 독창자로 초청을 받았던 金씨는 곽씨에 대해 "성악가들이 테크닉 과시 위주로 흐르기 쉬운데 오케스트라 전체의 조화 등 음악적인 부분에서 많은 조언을 받았다" 며 "무대에서 함께 연주하기에 무척 편하다" 고 말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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