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교육법' 수출하는 서비스 아카데미 신현정·박경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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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기도 용인 삼성에버랜드 부설 서비스 아카데미에 근무하는 신현정(26.?).박경희(24)씨는 요즘 대만의 서비스 여성 강사 4명을 교육하느라 어깨가 무겁다.

경찰청.국세청에까지 번진 친절운동 바람으로 국내 위탁교육생은 많이 받아 봤지만 외국인을 상대로 해외에 친절을 '수출' 하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30세 안팎의 수강생들은 오는 7월 개장 목표로 대만에 건설중인 대단위 테마파크 '디스커버리 월드' 의 종업원 서비스 교육을 책임질 강사 요원들. 이번 교육은 삼성에버랜드가 이 회사 운영 전반에 관한 컨설팅.교육을 맡기로 지난해 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오는 5월쯤 대만 현지 출장지도 등을 포함한 '친절 수출' 대금은 20만달러. 지난달 21일부터 40일간 하루 9시간씩 빡빡하게 진행되는 이 과정에는 피부.표정관리와 인사방법에서부터 고객이 성낼 때의 응대법, 일상 생활 예절에 이르기까지 리조트 종업원이 갖춰야 할 이론.실무 강좌가 포함돼 있다.

박경희씨는 "단순히 서비스 노하우를 전수한다기보다 우리 문화와 한국인들의 친절이 무엇인지를 해외에 알린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신현정씨는 "대만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우리보다 훨씬 수평적이어서 깍듯한 동양식 예절을 몸에 배게 하는데 의외로 어려움이 적잖았다" 고 털어놓았다.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선후배인 이들은 중국어 특기자로 입사한 뒤 서비스강사 전문과정을 받았다.

교육자.기독교 집안에서 엄하게 자란 탓인지 몸가짐이 똑바라 서비스 강사에 적격이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 친절 교육을 하다 보니 이들에겐 나름대로 '친절 철학' 도 생겼다. 그것은 '내부고객' (직장 동료)이나 가족.친지들을 아무렇게나 대하면서 리조트 손님들 앞에서만 깍듯이 한다면 진정한 고객감동을 줄 수 없다는 믿음이다.

"서비스 정신의 생활화를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친절교육을 교과목에 넣어야 한다" 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잘 못느끼는 불친절이 무엇인 것 같느냐는 질문에는 가장 먼저 '딱딱한 표정' 을 꼽았다.

"자기 얼굴을 혼자서 거울에 비춰 볼 때 같은 표정만 지으면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습니다. "

글〓홍승일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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