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보 밀기 변칙 유세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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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22일 오후 2시30분 서울 금천구 시흥3동에 있는 K교회. 주민 1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30여분 동안 열린 C구의원의 의정보고회는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C의원은 "며칠 전부터 아스팔트 정비를 시작했다.

우리 새 위원장이 서울시장에게 말을 해 실시하게 됐다" 며 같은 당 총선후보인 J위원장을 치켜세웠다.

뒤이어 오른 K시의원은 "시장.구청장.시의원.구의원이 모두 민주당입니다.

일관성 있게 이 지역 국회의원에 저희당 J후보를 뽑아 이 지역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J후보는 "선거기간이 아니어서 남 앞에서 말하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고 운을 뗀 뒤 조심스럽게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지역발전에 대한 구상을 말하겠다" 고 말했다.

J후보는 의정보고회가 끝난 뒤 "잘 부탁드린다" 며 귀가하는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J후보는 이날 세차례 열린 구의원 의정보고회에 참석했다.

금천구 선관위는 "시.구의원이 의정보고회에서 총선후보 지지를 호소構킬?총선후보가 의정보고회에서 주민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제254조를 위반한 것" 이라며 "구체적인 증거가 있으면 조사하겠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J후보는 "지구당 위원장으로서 지방자치 실현 현장인 의정보고회에 참석했으며,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몇마디 말을 했을 뿐" 이라고 해명했다.

현역 의원이 아닌 총선 후보들이 같은 정당 소속 시.구의원의 의정보고회를 이용하는 편법.불법 사전선거운동이 이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의정보고회를 열 수 없는 원외지구당 위원장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이같은 방식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선관위는 단속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서울 강북의 J후보측은 "선거운동기간 전까지 지방의원들을 통해 6백94차례의 의정보고회를 열 계획" 이라고 귀띔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선관위는 "지난 20일부터 지금까지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3명이 모두 8건의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며 "이 자리엔 이 지역 총선후보인 S씨가 참여해 자신을 소개했다" 고 밝혔다.

서울 남부의 구의회 관계자는 "1년에 한번 정도 열리는 구의원의 의정보고회가 총선을 앞두고 봇물을 이루고 있다" 며 "사실상 같은당 총선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의 성격이 짙다" 고 말했다.

서울 강북의 L후보는 시의원.구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실은 의정보고서 수천장을 지역구에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 "총선 후보들이 시.구의원들의 의정보고회를 선거운동에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듣고 있으나 단속실적은 없다" 며' "의정보고회는 장소.시간을 신고할 의무가 없는데다 수많은 시.구의원의 의정보고회를 얼마 안되는 선관위 직원들이 일일이 파악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사회부 총선팀〓이무영.전진배.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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