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공원공단 서식 확인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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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지리산 야생동물.생태계 정밀조사 보고서를 낸 한국교원대 김수일(金守一)교수는 "지리산에 반달가슴곰 다섯마리가 살고 있으나 자체 번식이 가능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고 말했다.

그는 "다섯마리라 하더라도 암컷이 부족하든지, 수컷이 나이가 많아 성비(性比)가 맞지 않으면 번식이 어렵다" 고 우려했다.

특히 매년 1천만명의 탐방객이 지리산국립공원을 찾고 있는 점도 생태계 변화에 민감한 반달가슴곰의 종(種)복원 가능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산림청도 1997년 10월 국내 반달가슴곰의 번식을 위해 백두산 반달가슴곰 한 쌍을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도입해 국내 사육 중인 1천여마리의 반달가슴곰 유전자를 분석해 고유종 번식을 시도해 왔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서식 사실을 확인한 이번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에도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다는 주장은 90년 이후 단편적 조사나 주민들의 목격담 등을 통해 간간이 보고돼 왔다.

이에 앞서 산림청은 80년 초 지리산 일대에 34마리, 설악산에 11마리 등 국내에 모두 57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96년 3월 초 전남 구례군에 위치한 수도암자의 한 승려가 노고단 인근 종석대 부근에서 눈 위에 찍힌 곰 발자국을 사진 촬영했고 97년 10월에는 환경부 생태계조사단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가 생후 2년생으로 추정되는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발견했다.

또 녹색연합도 98년 11월 백두대간 강원도 구간 중 남부 태백산~대관령 및 북부 오대산~설악산 구간에서 반달가슴곰 발자국을 발견,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견 소식이 이어지자 곧바로 밀렵 위험이 대두됐다.

97년 7월 경남 거창군의 한 관광농원에서 사육 중이던 반달가슴곰 네마리가 밀렵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한바탕 소동을 빚었으나 외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98년 11월 환경부와 산림청이 반달가슴곰을 생포해 연령.성.건강상태.서식지에 관한 조사를 벌이기 위해 지리산 일대에 생포 도구들을 설치하기도 했으나 지금까지 생포되지는 않았다.

반달가슴곰은 우리나라와 러시아.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에 서식하며 몸 전체에 검은색 또는 적갈색의 털이 나있으며 가슴에는 흰털의 V자 모양이 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이는 1백10~1백30㎝, 몸무게는 40~1백30㎏ 정도. 우리나라에는 해방 전까지 백두산과 개마고원.설악산.지리산 등에 분포했으나 한국전쟁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산림 벌목, 밀렵꾼의 남획 등으로 수가 급격히 줄어 80년 이후 모습을 감췄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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