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LG아트센터, '초대권 없는 공연장'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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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초대권 없는 공연장' 을 선언한 LG아트센터가 일부 평론가들의 공짜표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28일 소프라노 조수미 개관기념 공연을 시작으로 '다음달 3일 독일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슈 내한공연 등 '굵직한 기획이 잇따르면서 초대권을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의 뮤지컬 '명성황후' 초대권 요구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직후라 더욱 주목된다. 특히 이번에는 '공직자들이 '실종' 된 대신 '평론가.기획자 등 공연계 내부 인사들이 대부분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전화를 걸어오는 유형도 다양하다.

"정말 초대권이 없느냐" 는 타진형부터 "그래도 보내달라" 는 읍소형, 그리고 "그렇게 해서 잘되나 보자" 는 협박형까지 가지각색이다. 지난 10일 이후 이런 식의 무리한 요구가 하루 2~3차례 이른다고 한다.

LG아트센터 기획팀 관계자는 "공연장을 열었으면 한국 실정에 맞게 꾸려나갈 것이지 무슨 중뿔난 행동으로 시끄럽게 하느냐" 는 식 질타가 많았다고 전한다.

그는 평소 초대권 추방운동에 발벗고 나섰던 한 저명한 무용평론가마저 전화로 공짜표를 강력히 요구해와 실소(失笑)를 참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압구정동 아파트에 사는 또 다른 평론가는 30여 분 실랑이를 벌이다 아트센터 직원이 나중에 연락할 테니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자 아예 주소까지 불러줬다고 한다.

물론 격려 전화도 있었다.

이왕에 큰맘 먹고 결정했으니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 봐주는 식으로 객관성을 잃지 말라는 충고들이다.

"공연계를 훤하게 꿰고 있는 평론가들이 공짜표를 달라니 정말 실망이 커요. 앞에서 막아줘도 부족한데요. 평론을 문화권력으로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LG아트센터 관계자의 씁쓸한 고백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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