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법장 총무원장, 보안법 폐지 반대 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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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과 조계종 총무원장인 법장 스님이 13일 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주교관을 방문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북한을 아직 믿을 수 없다"면서 "보안법 개정은 필요하지만 폐지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김 추기경은 일부 언론에서 자신을 보안법 폐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도한 데 대해 "젊은 신부들이 보안법을 폐기하는 데 힘이 돼 달라고 할 때 시기상조라고 했는데 (보안법 폐지 지지) 명단에 나를 고문으로 넣었다"며 "나의 진의는 다르다"고 밝혔다.

법장 스님도 보안법 폐지 방침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을 방문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에게 "(보안법이) 인권을 유린하고 탄압하는 데 쓰였다고 해도 지금은 그렇게 안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장스님은 "부처님 말씀 중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있는데 법을 바꿀 때도 지금 국민이 안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법은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가) 법을 만드는 입법기구라고 해서 홍보도 없이 하면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며 "아무리 좋은 것도 대중이 부정하면 좋은 것이 못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이 "국제사회에서 보안법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자 법장 스님은 "세계인이 (분단의) 설움을 알고 하는 말이 아닐 것"이라면서 "나라를 지키는 것이 정치이고, 한국의 실상에 맞는 민주주의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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