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주범 박노항 잡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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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과 군이 2년 가까이 잠적 중인 병역비리의 주역 박노항(朴魯恒.49)원사에 대한 그물을 바짝 조이기 시작했다.

21일 구속된 승려 金모(44)씨는 검찰과 군이 끈질기게 추적해왔던 인물. 수사당국은 1998년 병역비리 수사가 시작되면서 도피한 朴원사의 소재를 뒤쫓던 과정에서 金씨를 주목했다. 朴원사 주변인물들로부터 "도피 전 朴원사와 金씨가 함께 있는 자리를 목격했다" "金씨가 朴원사를 돕고 있을 것" 이라는 등의 진술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金씨는 충남 논산 출신인 朴원사와 동향으로 82년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측근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반 관계자는 "金씨가 朴원사를 통해 많은 군 인사들과 교류한 흔적도 나왔다" 고 말했다. 金씨가 병역의무자 부모들로부터 돈을 받고 군의관들에게 의병전역을 부탁할 수 있었던 것도 朴원사를 통해 군의관들과 안면을 익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합동수사반의 판단이다.

합동수사반은 그동안 金씨의 소속 종파 내에 같은 법명을 가진 60여명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 지난 16일 대전에서 金씨를 검거했다.

합동수사반은 朴원사가 잠적한 직후 金씨의 도움을 받아 지방의 암자에 은거하면서 수사망을 피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金씨를 추궁 중이다. 金씨는 朴원사의 도피행각이나 도피자금 지원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합동수사반은 도피자금이 끊기고 주변인물과의 접촉이 차단되면 朴원사도 어쩔 수 없이 수사망에 걸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검찰은 朴원사의 재산관리인으로 추정되는 7~8명의 계좌추적에 이어 서울.논산의 가족.친척들과 朴원사의 접촉 여부도 밀착 감시해 왔다.

여기에 1계급 특진을 걸고 경찰을 통해 지리산 등지의 사찰을 대상으로 朴원사의 예상 은거지를 좁혀가고 있다.

朴원사가 검거되면 병역비리 수사는 급진전할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수사는 지난해 1차 합동수사를 거쳤던 군의관과 전직 병무청 직원들을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곳저곳에서 올라오는 병역비리 청탁을 군의관에게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던 朴원사의 신병이 확보되는 순간 '朴원사를 거쳐간 '병역비리 연루자들을 한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합동수사반 관계자는 "이번에 朴원사를 잡지 못하면 제3의 합동수사반이 다시 편성될 수밖에 없다는 각오로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朴원사는 국방부 합동조사단에 있던 98년 5월 1차 병역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종적을 감췄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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