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세계 물의 날] 국내 물 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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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제8회 '세계 물의 날' . 올해의 주제는 '21세기를 위한 물' 이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공인한 물부족 국가인 만큼 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엔은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90여개국 각료급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회 세계 수자원 포럼을 개최하고 '물은 인류의 공동재산' 이란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날로 심각해지는 우리나라와 세계의 물문제를 짚었다.

물이 부족하다.

사막 국가로 꼽히는 이집트보다 우리나라 물부족이 더 심각하다.

2006년부터 연간 4억㎥, 2011년부터는 20억㎥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는 건설교통부의 수자원 장기종합 예측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전국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김포.용인시 등지에서는 물부족으로 아파트 허가가 나지 못하고, 경북 포항시 등 일부 공단은 갈수기 때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한다.

동해안 및 남해안 해안지역과 도서지역, 경북 내륙지역 등은 해마다 12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급수를 제한한다.

2000년 현재 우리 국민은 연간 3백37억㎥의 물을 사용하고 있고 용수 공급능력은 3백44억㎥. 2%의 예비율을 보인다지만 계절.지역에 따라 고르지 못한 수자원 특성상 지역별 물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다.

유엔도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로 분류한다.

국민 1인당 사용가능한 수자원 양이 연간 1천4백70㎥로 유엔 기준 물부족 국가(연간 1천~2천㎥)에 해당된다. 이집트는 1천6백56㎥다.

더욱이 2025년에는 1천2백㎥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대책마련을 서두르지 않으면 물기근 국가(1천㎥ 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물 사정이 일반적인 인식보다 심각한 이유는 높은 인구밀도가 주원인. 연평균 강수량(1천2백74㎜)은 전세계 평균의 1.3배에 해당하지만 1인당으로 따진 수자원(2천7백55㎥)은 세계 평균의 12.5% 수준에 불과하다.

또 강수량이 여름철 6~8월 3개월에 집중돼 수자원의 60% 이상이 바다로 그대로 보내진다.

반면 우리 국민 1인당 물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즉 1인당 하루 공급되는 수돗물 급수량을 보면 우리나라는 3백95ℓ인 데 비해 ▶독일 1백32ℓ▶덴마크 2백46ℓ▶프랑스 2백81ℓ 등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요를 공급으로 따라잡기 위해 댐과 광역상수도 건설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공급 위주의 수자원 정책은 이제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댐 건설에 따른 수몰대상 지역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벽에 부닥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물절약 종합대책' 을 통한 수요조절 쪽으로 수자원 정책의 가닥을 고쳐 잡았다.

2006년까지 ▶수도요금 현실화▶절수기기 설치▶노후수도관 교체▶중수도 설치 등을 통해 섬진강댐(3억5천만㎥) 2개가 넘는 연간 7억9천만㎥를 절약하겠다는 것. 특히 하.폐수종말처리장 처리.방류수 가운데 재이용률은 5%로, 산업용수의 재이용률은 1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환경부 심재곤(沈在坤)상하수도국장은 "물을 절약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생각" 이라면서 "정부와 국민 모두가 물부족의 심각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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