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중동 순방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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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새 천년을 맞아 분쟁의 땅 중동지역에 대한 성지 순례에 나섰다.

교황은 20일부터 압둘라 요르단 국왕과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비롯해 유대교 및 이슬람교 지도자 등과 만나 이 지역의 종교간 평화와 공존을 호소할 예정이다.

교황은 또 예수의 탄생지인 베들레헴과 성장지인 나사렛, 예루살렘의 성지묘회, 예수가 세례를 받은 곳으로 추정되는 요르단강 등을 순례한다.

교황의 이번 중동지역 순방은 예수 탄생 2천년을 기념해 이뤄지는 것으로 종교간 화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황은 이번 방문을 앞두고 지난 12일 2천년 기독교 사상 처음으로 교회의 과오에 대해 사죄한 바 있다.

교황은 당시 발표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방조한 데 대해 깊은 사과의 뜻을 전달하면서 유대교도들과의 화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교회의 혁신과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사과문만 발표한 것은 위선적인 반성일 뿐이라며 반발하는 기류도 있어 이번 교황 방문에 대한 반응이 주목된다.

특히 교황의 이스라엘 방문은 1964년 바오로 6세 교황 이후 36년 만이며, 이스라엘과 바티칸간 국교가 수립된 이후로는 처음이다. 교황은 또 팔레스타인 방문을 위해서도 지난달 15일 교황청을 방문한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과 자치지구 안에서 가톨릭 교회의 활동을 인정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교황의 이번 중동 방문을 계기로 이 지역의 끊이지 않았던 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깃들일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당장 기독교와 유대교.이슬람교간의 대화와 화해 분위기가 고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1일부터 워싱턴에서 재개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협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교황의 중동 순방에 맞춰 이스라엘을 찾을 성지 순례객은 72개국 4만2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스라엘은 교황 방문에 대비해 1만8천명의 경찰과 4천명의 군 병력을 배치, 98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방문 때보다 더욱 철저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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