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꼭지' 1970년대 배경 향수 자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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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화제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어떤 드라마이길래 KBS드라마국 윤흥식 주간이 이렇게 성공을 장담할까. 자기 작품에 기대를 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이번엔 좀 다른 것 같다.

윤주간은 "공영방송인 KBS가 지향하는 인정미와 감동, 재미가 적절히 섞인 가족드라마로 손색이 없을 것" 이라고 강조한다.

25일 오후 7시50분 첫선을 보이는 KBS2의 주말드라마 '꼭지' (이경희 극본.정성효 연출). '꼭지' 는 극중에 등장하는 아홉살짜리 주인공의 이름이며, 김희정(8)양이 맡는다.

부산 태생인 김양은 안성기.박중훈 주연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와 TV드라마 '베스트극장' 등에 단역으로 잠깐 나온 새내기다.

극중 배경은 1970년대 경기도 평택. 부모를 잃은 꼭지는 자식이 없는 큰외삼촌 준태(조민기)에게 입양돼 티 없이 자란다.

꼭지는 연기 외에 때때로 내레이터가 돼 능청스런 경상도 사투리로 극의 진행을 설명하기도 한다.

꼭지네 외가 식구들은 나름대로 시대적 아픔을 간직한 채 살고 있다. 외할아버지 만호(박근형)는 제주 4.3항쟁에 가담했다가 그곳 여인 사이에 딸을 낳았다.

외할머니(윤여정)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살아왔지만, 만호가 낳은 문제의 딸 정희(예지원)가 불쑥 나타나면서 드라마는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꼭지 외삼촌 3명도 개성적인 인물이다. 큰외삼촌 준태는 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이고 둘째 현태(이종원)는 장차 사법고시를 노리는 야심만만한 경찰이다.

건달인 막내 명태(원빈)는 연상의 다방마담(박지영)과 연분을 맺는 등 '튀는' 인물로 그려진다.

제작진은 "이런 개성들을 잘 엮어서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형 드라마로 되살려 내겠다" 고 벼른다.

'꼭지' 는 아역이 극을 이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MBC의 '국희' 와 SBS의 '은실이' '순풍산부인과' 등이 재능있는 아역 탤런트를 잡아 단번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아역이 단순히 조연이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이다. '꼭지' 도 이같은 변화된 시각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아역을 주인공으로 과감히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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