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식탁엔 훠궈 차려 놓고 … 급식 식판 엎은 중국 중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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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들과 급식 음식이 다르다며 식판을 엎고 항의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교사들이 제지에 나서면서 소란이 잦아들어 다행히 큰 불상사는 없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또 다시 '버릇없는' 중국 청소년들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현지 신문들은 "'한 가정 한 자녀'인구 정책으로 부모의 과보호 속에 자란 '소황제(小皇帝)'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입시 교육에만 치우쳐 인성 교육을 소홀히 한 교육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건은 23일 오후 광저우(廣州) 구이장(桂江)의 한 중학교 구내식당에서 형편 없는 식단과 교사들의 불공정한 대우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이 식탁에 식판을 엎는 등 소란을 피우다 해산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이날 학교 운동회 행사를 마치고 식당에 온 학생들은 고기 완자 4~5개와 말라비틀어진 채소 뿐인 자신들의 식단을 보고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반면 교사들의 식탁에는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火鍋)가 차려져 있었다. 게다가 일부 교사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을 교사 테이블로 불러 함께 먹는 모습에 몇몇 학생들이 화를 내며 식판을 엎자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학생 200여명도 식판을 엎으며 동조했다.

소동을 벌인 학생들은 "학생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식단이 형편없어 수 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똑같은 학생인데도 교직원 자녀는 교사들과 동등하게 대접해주는 걸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며 불만을 토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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