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전망대] 지연·학연 초월 5% 유권자가 수도권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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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식있는 5%의 마음을 잡아라. "

'5%의 총선 경제학' 이 여야 수뇌부를 사로잡고 있다.

이들의 향배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선거는 물론 선거 전체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5%' 는 지역감정과 색깔론, YS 지지확보 싸움, 금권.관권선거로 얼룩지고 있는 선거판과는 거리를 두고 있으며 지연.학연.혈연에도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유권자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5천표 이하로 승부가 엇갈린 수도권 선거구는 44개에 달했다.

96개 선거구의 절반 가까운(46%) 숫자다.

3천표 이하의 승부가 27곳, 1천표 이하도 7곳이다.

수도권 선거구의 유권자 수는 대체로 10만명이 넘는다.

또 여론조사 결과 투표장에 가기로 한 80% 이상의 유권자가 이미 마음을 결정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5%의 향배가 선거의 최대변수다.

1, 2당간의 격차가 10석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총선에서 이 5%는 더욱 위력적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일찍부터 이 대목에 착안했다.

자민련은 뒤늦게 끼어들었다.

민주당이 총선 후의 부담감 속에서도 선대위원장에 이인제(李仁濟)씨를 선택한 것도, 한나라당이 홍사덕(洪思德)의원을 끌어들여 선대위원장을 맡긴 것도 이들이 '5%' 의 마음을 움직일 최소한의 흡인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15대 총선 때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이회창(李會昌)선대위원장.박찬종(朴燦鍾)수도권 선대위원장 체제로 짭짤한 재미를 본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치열한 정책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들을 의식한 행동이다.

민주당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17일 "수도권 승부는 정책공방에 관심을 갖는 젊은층과 여론 주도층.지식인 등을 누가 붙잡느냐에 달려 있다" 며 "이들을 겨냥해 포지티브 선거전략을 마련 중" 이라고 전했다.

개혁과 지속적 경제발전을 위한 안정의석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매일 한 두건씩 나름대로 공들인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복지논쟁과 국가 채무규모 논쟁, 국부유출 공방 등을 계속 이끌어내 '유일 수권(受權)야당'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이한구(李漢久) 선대위 정책위원장은 "여론주도층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비판적 정책을 매일 내놓는 것은 피를 말리는 작업" 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각 당은 곧 간판급 정치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 이란 옷을 입힐 예정이다.

정치도 이미지산업이기 때문이다.

진흙탕 싸움에 넌더리가 난 유권자들은 여야의 '5% 잡기 전략' 에 관심을 갖는다면 다소나마 위안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두우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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