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본 한국] 유럽이 60대라면 한국은 2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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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파리의 몽마르트언덕에서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나는 한 해 7천명 안팎의 사람들을 만난다.

이 중 절반이 한국인이고 나머지 절반은 외국인이다.

한국인의 경우 물론 본국에서 오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다른나라에 나가 사는 동포들도 꽤 많다.

1999년 한햇동안 프랑스를 방문한 외국인의 수는 7천만명, 그 중 일곱명에 한명 꼴인 1천만명이 몽마르트를 방문했다.

호텔 리셉션에서 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한국인만은 아니다' 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고국을 떠나 파리에 살고 있는 한국인인 내가 다 놀랄 정도다.

며칠 전 저녁 내가 만난 미시즈 아델리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아델리는 40대 초반의 미국인인데 '파리 OECD본부 미국대표부의 에너지관련 부문에서 일하는 직원' 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미국에서 고향친구가 왔어요. 내가 사는 몽마르트 집은 너무 작아서…. "

이런 사연으로 매일 아침.저녁으로 친구를 만나러 그녀는 우리 호텔을 드나들었다.

어느날 그녀에게 내가 물었다.

"오늘의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녀의 대답.

"유럽의 나라들이 60대 초반이라면 한국은 20대 초반의 나라라고나 할까요. "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보십니까?"

"긍정적으로 봅니다. 오늘날 한국처럼 역동적인 나라는 없습니다. IMF사태 이후를 봐도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나는 어깨가 으쓱했다.

25년 전 한국을 떠나와 파리에 사는 동포로서 내가 한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꼭 아델리의 이같은 촌평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나 당부 한가지. 한국의 정치인들이 '좀 더 너그럽고 트인 시야' 로 내일의 한국을 설계하고 실천해 가기를 바란다.

신근수 <파리 물랭호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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