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 이창호 - 조선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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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숱한 고비 넘긴 이창호의 7연승

총보 (1~267)〓결국 이창호 9단이 3대0 스트레이트로 조선진9단을 꺾었다. 우승상금 2억원과 영예의 삼성화재배는 최강 이창호 9단에게 돌아간 것이다.

"완벽한 이창호 앞에 누가 맞설 수 있으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사실은 승부의 속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李9단이 32강의 첫 격돌에서부터 우승까지 내리 7연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그 여정은 히말라야를 오르는 알피니스트처럼 아슬아슬했다. 바로 옆으로 치명적인 눈사태가 여러 번 스쳐 지나갔다.

돌이켜보면 조치훈9단과 한국 킬러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이 첫판에 탈락한 것은 의외였다.

대신 일본은 신예강자 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7단의 선전이 놀라웠다.

예선전에서 야마다7단이 중국과 한국의 강자들을 연파할 때는 그럴 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야마다 7단은 본선에서도 김승준7단.유창혁9단 등 막강한 실력자들을 잇따라 격파하고 준결승까지 나아갔다. 준결승에서 이창호9단에게 패배했지만 박빙의 선전을 펼쳐 보는 이들을 감탄케 했다.

조선진9단은 비록 결승에서 지고 말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누구보다 뜨거운 화제를 몰고다녔다.

일본에 건너간 지 17년 만에 조치훈9단을 누르고 본인방(本因坊)에 오른 趙9단. 그는 신선한 새 얼굴이었고 대기만성을 실현한 의지의 승부사로 비춰졌다.

그런 趙9단이 다시 삼성화재배에서 결승까지 치고올라가는 바람에 일본바둑을 대표하는 趙9단과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李9단의 대결은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무수한 명승부를 남긴 채 제4회 삼성화재배는 끝났다. 5회 대회는 올여름 예선전을 시작한다.

내일부터는 왕위전을 연재한다(142〓29, 171〓68, 221.227〓215, 228〓75, 224.263〓218, 265〓85, 267〓156).267수 끝, 백 4집반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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