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일화 차경복 감독 '축구사랑 손자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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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할아버지, 힘내세요. 훌륭한 선수가 돼 돌아갈게요"

프로축구 최고령인 성남 일화의 차경복(63)감독은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손자 병민이(17)가 아르헨티나에서 보내온 편지를 읽는다. 지난해말 아르헨티나로 축구유학을 간 병민이가 더욱 의젓해진 것을 보며 가슴이 뿌듯해진다.

50년 축구인생을 걸어온 차감독은 아들이 축구인의 대를 이어주길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장남 대신 축구를 시켰던 차남이 도중에 그만뒀기 때문. 차감독은 손자 병민이를 다섯살때부터 경기장에 데리고 다녔다. 자연스럽게 축구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할아버지의 정성 덕분에 병민이는 축구공을 좋아하게 됐고 논현초등학교 5학년때 축구부에 입단했다. 당시 전북 현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던 차감독은 바쁜 시간을 쪼개 손자에게 수개월간 기본훈련을 시켰다.

기량이 급성장한 병민이는 배재중학교를 거쳐 축구 명문 중동고등학교에 입학, 중앙공격수로 활약했다.

차감독은 지난해말 병민이를 아르헨티나로 유학보냈다. 선진 축구기술을 익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유학비용은 한달에 약 2백50만원. 절반은 차감독이 부담하지만 손자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니 전혀 아깝지 않다.

병민이가 유학하는 곳은 전 아르헨티나 대표팀 수석코치였던 카를로스 파차메가 운영하는 축구학교 IDFI. 병민이는 현지생활에 빨리 적응, 스페인어도 상당히 늘었고 지역 프로구단의 유소년팀에서 스트라이커로 맹활약하고 있다.

최감독은 "빨리 인터넷을 배워 손자가 작성하는 축구일기를 받아보고 싶다" 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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