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부산경제 회생길 찾자] 上.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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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내 1백대 기업 하나 없고 실업률은 최고이면서 산업생산지수는 꼴찌인 도시. 한국 제2의 도시라는 부산 경제의 현주소다. 부산지역 시민단체.공공기관들이 이 같은 불명예를 벗어 던지자며 뭉쳤다. 부산 경제의 실상과 '부산경제공화국' 을 건설하자는 공공기관.시민단체의 몸부림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지난 10일 오후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앞. 부산을 생각하는 소비자시민연합(부소연) 회원 3백여명이 부산경제 살리기 시민궐기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대형유통업체가 부산에서 돈을 벌어 본사가 있는 서울로 가져간다" 며 "대형유통업체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자" 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들은 또 "부산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민의 힘으로 기업 본사와 기업체를 부산에 유치하자" 는 행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부산 경제가 파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기업체 부산유치 등을 통한 부산경제 살리기 시민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장이었다.

◇ 변변한 기업 없다〓부산에 국내 1백대 기업 한 두 개쯤은 있을 것으로 믿는 시민이 있다면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1998년말 현재(매출기준)으로 1천대 기업에 포함된 부산 업체는 고작 54개(부산상의 자료)에 불과하다.

2백대 기업에 포함된 제조업체는 단 한곳(한진중공업.1백51위)뿐이다. 1백대 기업에 속할 정도의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는 물론 부산에 많다. 그러나 이들의 본사는 모두 서울에 있다. 13일 현재 부산에 본사를 둔 1백대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지난해 말 현재 부산지역 종업원 5백명 이상 기업체 39곳(제조업 22.유통업 17곳)중 부산에 본사가 있는 기업체는 15곳(38%)뿐이다.

70, 80년대에는 부산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업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둘씩 무너지거나 해체됐다.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됐던 삼성자동차마저 IMF 태풍에 주저앉은 지 2년이 지나도록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국토균형 발전과 부산지역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선물' 로 준 선물거래소도 개장 1년이 다가오지만 걸음마 단계. 부산지역 기업(98년말 현재 5인 이상 8천2백15개)중 99.6%가 중소기업이다. 그나마 이들 업체 10곳 중 7곳(1월 기준.조업률 72.8%)만 정상조업하고 있다.

조업 중인 업체 생산활동도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 심각한 기업.자금 유출〓96~99년 부산에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기업은 모두 6백28곳, 이들 회사를 따라간 종업원은 1만2천8백70명이 이른다. 반면 부산에 온 업체는 76곳에 불과하다.

96년 이후 동국제강.동산유지.태창기업 등 굵직한 업체가 떠나갔다. 산업용지가 부족하고 용지가 비쌌기 때문. 빠져나가는 자금 역시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은행 부산지점에 따르면 95년 14조5천억원이던 역외유출 자금 규모가 98년 30조, 99년(9월 현재)28조에 이르고 있다.

유통업은 더 심하다. 지난해 부산지역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의 매출 1조5천7백억원 중 1조4천억원 정도가 역외로 빠져나갔다.

고작 매출의 8%인 1천2백56억원만 관리비.인건비로 지역에 쓰였을 뿐이다.

롯데.현대.리베라.전자랜드.E마트.콘티낭.한국카르푸 등 손꼽히는 백화점.대형 할인점 본사가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산시민들이 부산에서 번 돈은 부산지역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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