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선거…후보자들 왜 많이 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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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돈선거는 복잡하고 치열해진 총선구도 때문이다. 여야 4당과 무소속을 합쳐 10명이 출마하려는 곳도 있다 보니 후보들로선 뭉칫돈이 들어가는 조직.홍보경쟁도 마다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 구태 못벗는 조직관리〓 '조직〓표' 라는 인식이 돈을 부른다. 영남에 출마하는 민주당 A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리(里) 단위 조직책 1천5백여명을 확보하느라 5억원쯤 들었다" 고 말했다.

세(勢)과시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지구당 행사도 큰 지출거리다. 수도권의 민주당 C의원은 "당원 단합대회.지구당 개편대회 등 서너 차례 행사에만 억대를 쓸 것 같다" 고 말했다.

사무실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다. "상근직원 10명 안팎을 쓰는데도 월 5백만원이 들어간다. " (한나라당 E씨)

◇ 지역구 통폐합〓지역구가 26곳 줄어들면서 현역 의원끼리 맞붙거나 경쟁률이 높아진 것도 돈선거를 부추긴다. 경북의 중진의원 E씨는 "지역구가 합쳐지면 돈이 두배만 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상대방의 기득권을 파고들려면 '+α' 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F의원도 "새로운 지역에서 얼굴을 알리기 위해 주1회 홍보물을 제작.배포하는데 3천만원(월 1억2천만원)을 쓰고 있다" 고 말했다.

◇ 손 벌리는 유권자〓정치 신인들을 겨냥한 대표적인 유혹이 "20~30명 모아놓았으니 밥이나 한번 사라" 는 요구다. 서울 강북의 한나라당 후보는 아예 지역구에 7개의 식당을 지정해 가격할인 조건으로 이를 처리하고 있다.

◇ 조기 과열〓물갈이론이 불거진 민주당 창당 무렵부터 현역 의원.정치 신인들이 일찍부터 선거판을 벌인 것도 이유로 꼽힌다. 민주당의 경우 신진들이 공천을 받기까지 직.간접으로 평균 2억원을 썼다는 말도 있다.

충청권의 G씨는 "지난해 말부터 전화 여론조사를 통한 홍보에 3천만원, 사무실 가동에 월 5백만원씩 들어갔다" 고 했다.

수도권 중진 H씨도 "현역 의원 대폭 물갈이설로 일찌감치 지역구 관리에 나서느라 돈이 바닥났다" 고 말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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