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금강산호 부산 출항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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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대의 금강산 유람선 부산항 첫 출항을 두고 말들이 많다. 지난 9일 풍악호가 떠나간 뒤 부산세관.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부산경찰청 등 주변에서는 현대가 '국책사업' 임을 내세워 너무 위세를 부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대가 출항 날짜를 너무 촉박하게 잡는 바람에 관계 기관이 임시 터미널을 마련하느라 혼쭐이 났다.

현대가 풍악호를 3월 9일 다대항에서 출항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달 25일. 당장 세관과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건설회사 현장사무실에 해외여행객 입.출국 시설을 갖추기에 보름은 너무 짧기 때문이다.

세관은 부랴부랴 검색 기기를 구입, 출항 전날 밤까지 새우다시피 해 설치했다. 출입국자 안전점검을 맡은 경찰은 검색장비를 설치하지도 못해 세관 검색기를 빌려 써야 했다.

현대는 또 풍악호 출항 하루 전에 출항시간을 오후 4시에서 2시로 앞당겨 버렸다. 북한 장전항에 10일 오전 7시에 들어가려면 빨리 떠나야한다는 것. "운항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릴 것 같다" 고 했다.

이 때문에 출입국사무소.경찰.세관 직원들은 정신을 못차렸다. 출항 당일 직원들이 승객 1천1백여명'(출국자 6백여명, 장전항 입국자 5백여명)'의 입.출국 심사를 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3시간.

관계자들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은 기분" 이라며 "승객들의 안전문제가 제대로 걸러졌는지 모르겠다" 고 혀를 내둘렀다. 현대측은 기항지 결정과정에서도 왔다갔다 했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자성대 부두를 거론했다가 "부산 제1부두를 이용하고 싶다" 고 했다.

다대항의 경우 부산해양수산청이 권했을 땐 "멀어서 승객이 불편하다" 고 했다가 상황이 달라지자 다대항을 택했다. 현대는 관계기관이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국책사업이라 어쩔 수 없다. 북한 관련 사업이니 불가피하다" 고 강변했다.

승객들의 불편도 컸다. 상당수가 수도권 주민인 승객들은 동해항에서 배를 타려고 신청했으나 이 행사를 위해 부산까지 와야 했고 현대측 편의에 따라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고객의 편의와 안전 우선이 아니라 회사 정책과 편의를 앞세운 이번 사태에 많은 사람들이 씁쓸해하는 표정이다.

강진권 기자 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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