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쓰는 실업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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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노동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의 '실업실태 및 실업대책 효과 분석' 연구보고서는 정부의 실업대책 3대 축인 ▶실업급여▶취업훈련▶공공근로 모두가 당초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즉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은 실업대책이 단기적 일자리와 생계보조비 지원 등 생계보호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업급여의 경우 지난해 46만2천여명에게 9천3백62억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경험은 43.1%, 실업급여를 타지 않은 비수급자는 67.2%로 조사됐다.

비수급자의 재취업률이 무려 24.1%포인트나 높았다.

게다가 수급자의 경우 비수급자에 비해 전직장의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음에도 재취업할 때의 임금수준은 비수급자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즉 실업급여가 재취업을 제대로 돕지 못한 채 실직기간을 오히려 연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또 취업알선창구에서 일자리를 소개받은 경험이 있는 수급자는 23.2%에 불과, 실효성이 낮았다.

직업훈련도 훈련직종의 편중이 심해 실업자의 다양한 훈련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

고용촉진훈련의 경우 서비스분야가 압도적으로 많은 46.3%에 달하고, 실업자재취직훈련도 ▶서비스분야 35.4%▶정보통신분야 29.1%로 두 직종이 전체의 3분의2를 차지했다.

평균 4.4개월인 실업자 재취직훈련 기간도 훈련생이 희망하는 5.8개월보다 1.4월이나 짧았다.

특히 공공직업안정기관의 직업안정서비스를 받은 훈련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적성검사를 받지 못하는 등 핵심 서비스를 받지 못해 부실훈련에 따른 재정적 손실을 낳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훈련 후 취업알선은 의무사항인데도 공공직업안정기관과 훈련기관이 취업을 알선한 경우는 8~22%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1999년 9월을 기준으로 98년 실업자 재취직훈련에 참여한 실직자의 취업률은 37.7%인 반면 미참여자는 40.3%며, 재취업경험률도 훈련 참여자 49.6%에 비해 미참여자가 52.6%로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공공근로사업도 부실해 공공근로에 참여한 뒤 취업한 경우는 전체 참여자의 27%에 불과했다.

취업후 월평균 임금은 70만원으로 이전 평균임금보다 17만원이 감소했다.

그만큼 공공근로사업 참여가 인적 자원의 질을 향상시키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자리를 구할 당시 공공근로사업이 도움이 됐는가' 라는 물음에도 응답자의 69%가 '하는 일이 단순하고 전공이나 희망직종과 달라 도움이 안된다' 고 답할 정도였다.

보고서는 공공근로사업이 저소득층의 생계보전효과 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기술습득 기회 면에서는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가 급격한 중산층 붕괴로 이어지면서 실업정책이 생계유지 차원의 지원사업에 치중한 면이 없지 않다" 고 인정하고 "그러나 이제 실질적인 장기실업 예방대책으로 정책을 전환 중" 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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