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부시, 11월 美대선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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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진 특파원]민주.공화 양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해 7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치러진 '슈퍼 화요일' 예비선거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이 각각 압승했다.

양당은 오는 6월 말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공식 선출하지만 이날 선거를 계기로 11월의 미국 대선은 부시와 고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패배한 민주당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은 곧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16개 주에서 실시된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고어 부통령은 캘리포니아.뉴욕.오하이오 등 대의원 수가 많은 주들을 포함해 전 지역에서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보다 평균 두배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승리했다.

이에 따라 고어 부통령은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해 필요한 2천1백70명의 대의원 중 1천3백명 이상을 확보, 사실상 승부를 마감했다.

13개 주에서 치러진 공화당 예비선거에선 부시 주지사가 대의원 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를 포함, 뉴욕 등 9개 주에서 크게 이겼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상대적으로 대의원 수가 적은 버몬트.코네티컷.매사추세츠.로드아일랜드 등 동부지역 4개 주에서만 승리했다.

이날 선거로 부시는 후보지명에 필요한 1천34명의 대의원 중 7백여명 이상을 확보, 매케인에게 세배 이상 앞섰다.

선거결과에 대해 고어 부통령은 "미국민들이 재정적자에 허덕이던 8년 전의 공화당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이라며 "미국 역사상 가장 커다란 경제호황을 이어가고 싶다면 민주당을 밀어달라" 고 호소했다.

부시 주지사도 "오늘의 승리는 민주당 클린턴과 앨 고어 행정부의 종말을 선언하는 것" 이라며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반드시 탈환하겠다" 고 말했다.

공화당의 매케인과 민주당 브래들리도 이날 각각 기자회견을 통해 패배를 인정했으나 언제 사퇴할 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양당은 오는 14일 텍사스.플로리다 등 6개 주에서 나머지 대의원들을 결정짓는 '미니 슈퍼 화요일' 예비선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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