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대투수들 홈런은 '쓴 보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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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홈런. 또 홈런.

이상훈(보스턴 레드삭스)의 메이저리그 '신고식' 이 가혹하다. 이상훈은 시범경기에서 잇따라 홈런을 내주며 구원투수로서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관중에게 홈런은 '야구의 꽃' 이지만 투수들에게 홈런은 치명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홈런은 투수들에게 '쓰디 쓴 보약' 이 되기도 한다. 대투수들은 모두 홈런을 발판으로 성숙해졌다.

▶태양을 저물게 한 홈런

'나고야의 태양' 선동열이 일본에 진출한 첫해인 1996년. 데뷔 후 세 경기에서 2세이브를 올리던 선동열은 네번째 경기에서 '임자' 를 만났다. 4월 16일 요미우리전에서 셰인 맥과 오치아이에게 잇따라 홈런을 얻어맞고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다시 1군에 올라오기까지 무려 44일이 걸렸다. 절치부심한 선동열은 이듬해 화려하게 재기했다.

▶ '왕손' 의 프로 첫 피안타는 만루홈런

국내 프로야구에서 최단기간 1백승을 올린 뒤 올해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한 정민철은 92년 프로에 데뷔하면서 LG전에 등판했다. 당시 상황은 2사만루. 타석에는 홈런타자와는 거리가 먼 김동재(현 삼성 코치)가 들어섰다. 결과는 만루홈런. 정민철이 "맞으면서 컸기에 강해졌다" 고 과거를 되돌아보는 이유다.

▶ '젊은 거인' 조성민도 만루홈런을 맞고 컸다

97년 일본 진출 2년 만에 1군으로 승격한 조성민(요미우리)은 세 경기째인 4월 16일 요코하마전에서 4 - 5로 뒤진 6회초 구원등판, 2사만루의 위기를 자초한 뒤 고마다에게 중월 만루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조성민은 이같은 아픔을 딛고 재기, 98년 올스타전에까지 출전했다.

▶박찬호의 고교시절 3연타석 피홈런

박찬호는 공주고 재학시절인 89년 봉황기 1회전에서 휘문고 박정혁에게 3연타석 홈런의 제물이 됐다. '홈런 공장장' 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투수로 성장했다. 이상훈이 홈런 두방에 기죽을 필요가 없는 이유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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