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세계] 52. 삼법수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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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도올 김용옥은 TV노자강좌 마지막회의 첫머리를 '홍익인간' 이야기로 장식했다.

우리 민족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은 "이 지구상의 어느 민족보다도 웅혼하고 진취적이며 역동적인 보편주의를 표방하는 우리 하느님의 영감(Divine Inspiration)" 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민족은 "기나긴 반만년의 역사속에서 이러한 보편주의를 실천해온 자랑스런 시간의 족적을 남겼다" 고 자부하기를 서슴치 않았다.

우리 겨레의 시원적(始源的)인 건국이념이 홍익 '민족' 이 아닌 홍익 '인간' 이었다는 사실은 범상스런 것이 아니다.

'민족' 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 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것은 단순한 보편주의를 뛰어 넘는 것이기도 하다.

한데 '홍익' 이란 말을 '널리 이롭게' 로 풀이하는 것은 스스로 '이기(利己)' 의 테두리에 얽매이게 하기 십상이다. 참뜻의 '홍익' 엔 '이기' 가 조금도 함유(含有)되지 않는다.

일찌기 민세(民世)안재홍(安在鴻)은 '홍익인간' 을 풀이하여 '성통공완(性通功完)' 한 사람이라고 했다.

'성통공완' 한 사람이란 도대체 무슨 뜻일까. 그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완성된 인격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성통공완' 은 이런 차원에서 전통선도의 으뜸가는 수련목표라고 일컬어져 왔다.

민세는 '성통공완' 즉 '홍익인간' 이 되기 위해선 적어도 두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는 '삼법(三法)' 수행을 정진해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선봉행(善奉行)' 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삼법수행에서 '삼법' 이란 '지감(止感)' '조식(調息)' '금촉(禁觸)' 의 세가지 수련법을 이르는 말이다. '지감' 이란 느낌(感)을 끊는다(止)는 뜻이다. 이것을 흔히 '마음공부' 라고 말하기도 한다. '조식' 이란 숨(息)을 고른다(調)는 뜻인데 '숨공부' 라고 일컬어진다. '금촉' 은 부딪침(觸)을 금(禁)하는 것으로 '몸공부' 로 풀이하기도 한다.

삼법수행의 구체적 방법이 쓰여있는 책으론 '삼일신고(三一神誥)' 가 손꼽힌다. 이 책을 보면 세가지 공부는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묶음으로 정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셋(삼법)이 하나(一)라는 가르침을 전통선도에선 유일무이(唯一無二)의 정법(正法)으로 여긴다.

달마(達摩)대사가 제자 신광(神光)에게 삼일(三一)이 정법이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와 맥(脈)을 같이 한다.

'선봉행' 은 이른바 '이타행(利他行)' 을 포괄하는 말이다. 자기를 버리고 남을 돕는 '선봉행' 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성통공완' 의 나타남이다. '삼법수행' 과 '선봉행' 은 '홍익인간' 의 표리(表裏)인 셈이다.

이규행(언론인.현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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