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교육기업 ‘그린스피크’ 이유진 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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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글로벌 리더는 타국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사려 깊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상대방과 소통하는 사람입니다. 전문지식과 영어능력은 그 다음이죠. 그러나 한국의 글로벌 교육은 주객이 바뀐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환경체험 영어교육 기업인 ‘그린스피크’의 이유진(34·여) 부사장은 뛰어난 한국 인재들이 글로벌 기업에서 ‘톱 리더’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씨는 세계적 IT기업 오라클에서 아태지역 최연소 마케팅전략담당과 최연소 상무에 올랐으나, 지난 여름 돌연 그린스피크의 부사장으로 변신 했다.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지에서 근무하며 외국인들과 부딪혀 쌓은 국제 감각을 부족한 우리나라 글로벌 인재 교육에 보태기 위해서였다.

그는 “글로벌 리더의 자질은 어릴 때부터 닦은 인성과 포용심에서 나온다”며 “정보기술(IT)에 이어 미래에는 자연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리더가 되는 첫 번째 자격조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리더는 다문화 간 충돌 ‘해결사’

그는 세계무대에서 상대방과 성공적인 협력관계를 이뤄가기 위한 핵심 능력으로 ‘소통’을 꼽았다. “통역을 써도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오해가 생깁니다. 오라클에서 근무할 때 한국과 해외 간 업무방식과 입장 차이 때문에 문제 해결 시각이 달라 갈등이 많았어요. 인종·국적·종교·언어를 넘어 상대를 이해해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데, 한국 인재들에겐 이 점이 부족했던 겁니다.”

그는 글로벌 교육에 대한 한국 부모들과 학생들의 잘못된 인식도 꼬집었다. “흔히 ‘글로벌=미국식’이라고 생각해, 미국 영어와 아이비리그대학에 목을 매거나 북미를 벗어난 다른 국가에서 배우는 것을 수준 낮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요. 그러나 글로벌 문화는 세계가 함께 만드는 무대입니다. 미국 문화를 이해할 필요는 있어도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어요. 미국인다워지는 것보다 한국인다운 정체성을 발휘하는 게 더 중요하죠.”

그는 글로벌 리더를 다문화 간 충돌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진단하는 ‘해결사’로 정의했다. 그는 자신이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전공, 정보기술과 마케팅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데도 단기간에 고위직에 발탁될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영어를 잘 해서가 아니라 한국적 시각을 활용, 서양인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와 판단력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어떤 기업이든 매출향상·원가절감·인력운영 등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합니다. 기업은 문제와 상황을 빨리 간파하고 원인을 찾는 사람을 인재라고 칭하죠. 이 같은 문제해결능력은 서로 다른 문화권·언어권·체제권 사람들 사이에서 원인과 대안을 찾는 일을 뜻합니다. 이를 위해선 문화 이해·시장 상황·역사·정치 등에 대한 이해력을 갖춰야하죠.”

리더십 주도권이 아시아로 기울고 있어

그는 자신이 부딪혀 배운 이 경험을 한국의 인재들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십을 배우는데 전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리더가 갖춰야 할 차세대 능력으로 ‘환경의식’을 강조한다. “국제시장의 흐름과 리더십의 주도권이 아시아로 기울고 있어요. 그런데도 아시아 각국은 내부 전쟁과 갈등에 휩싸여 선진국들이 미래의 히든카드로 꼽고 있는 환경에 관심이 적습니다. 환경은 IT와 달리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환경문제는 이미 세계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쳐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이 미래 글로벌 리더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겁니다.”

그는 학생들이 사회·과학·경제 등 다각적인 시각으로 자연환경을 체험하면서 영어 능력과 외국 문물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캠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외국교육시설 위탁교육이 아닌, 세계 각국 학생들이 팀을 이뤄 자연 속에서 조사·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교육방식이다.

“위탁교육은 한국 학생들이 남의 교실에서 눈칫밥만 먹고 오는 객(客)일 뿐이에요. 우리아이들이 독립적인 주체로서 외국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협력하는 법, 무엇(What)이 아닌 어떻게(How)를 터득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제공= 그린스피크]


그린스피크(www.greenspeakonline.com)=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그리스·뉴질랜드·캐나다·호주 등지에서 환경체험·언어교육·문화경험을 통합한 글로벌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다국적 교육기업. 세계적인 환경교육기업인 이스라엘 Arava institute가 모델이 됐으며 호주 AUSECO와 협업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 세계 학생들이 캠프에 참여, 자연을 접하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과학적·사회적 고찰을 통해 영어를 익히는 교육이 특징. 올 겨울방학엔 12월 28일부터 2010년 2월 7일까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환경영어캠프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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