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민심 어떤가…현지 르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저번엔 자민련 명함만 내밀어도 (당선이)됐을거유. 한데 이번엔 좀 따져봐야 것네유. " 6일 오전 대전역 앞에서 만난 崔경필(47.상업)씨는 자민련 김종필(JP)명예총재에 대해 시큰둥했다.

"그만큼 밀어줬는데 민주당에 채이고 한 일이 뭐냐" 는 거였다. 옆에 있던 鄭모(54)씨는 "(총선)초장에 이 소리 저 소리 나와봤자 헛일이지유. 여기선 어차피 자민련밖에 찍을 데가 없지유" 라고 맞받았다. "그래도 JP" 라는 거다.

자민련의 텃밭인 충청권. 이날 현재 농촌에선 아직 강한 자민련 바람이, 도시지역에선 자민련과 민주당.한나라당이 뒤섞인 기류가 감지된다.

◇ JP바람, 도(都).농(農)차이〓지난 2일 JP의 부여 방문뒤 이곳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지역감정 원조(元祖)론' 으로 DJ(김대중 대통령)를 들이받은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는 얘기다.

당일 행사장에 다녀왔다는 朴선구(59.농업)씨는 "그전만 해도 JP의 열기가 예전같지 않았는데 요즘은 다시 좋아지는 것 같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정서는 대전에선 잘 안통하는 분위기다.

40년 토박이라는 택시기사 金주호씨는 "JP 때문에 눈 딱감고 기호 4번을 찍던 96년과는 천양지차" 라며 "이젠 사람보고 찍겠다는 승객들이 많다" 고 전했다. 서구에 사는 중학교 교사 張모(49)씨는 "지난해에 내각제 포기니, 합당이니 떠들면서 JP가 워낙 인심을 잃었다" 며 "(자민련 후보라도)사람이 시원찮으면 안찍겠다" 고 말했다.

◇ 충남.북도 다른 기류〓충북에선 정당바람이 실종한 듯했다."인물 보고 찍겠다" 는 게 대세다.

4일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만난 건어물상 李모(51)씨는 "충청도당이라고 밀어줬는데 도대체 지역에 해준 게 뭐 있냐" 며 "여긴 충남하고 다르다" 고 강조했다. 도청의 한 7급 직원은 "호남고속철도 오송역사 유치실패.LG반도체 본사이전 등으로 민심이 멀어진 건 사실" 이라면서도 "다른 당 후보들도 다 고만고만해 누굴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 고 했다.

하지만 지역 선거관계자들은 막판에 몰아닥칠 수 있는 '지역바람의 강도' 가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영.호남 대결구도가 심해지면 덩달아 여기까지 휩쓸리게 된다" 는 관측이다.

◇ 이인제 뿌리내리나〓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 바람이 그가 출마하는 논산쪽에서 세다. 40대 식당주인은 "아무래도 나중에 큰 일할 사람을 밀어줘야 하지 않것시유" 라고 했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선 李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그러나 "생전 코빼기도 안비치다 지금 왜 내려왔디야" 라는 거부감도 중장년층 사이에서 꽤 나왔다. 농삿일을 한다는 金모(58)씨는 "김종필씨가 고향 어른인데 젊은 사람이 욕하고 다니면 되남유" 라고 했다.

3일 민주당 지구당개편대회가 열리던 대전 시민회관 앞길에서 만난 주부 민경희(39)씨는 "난데 없이 나타나서 찍어달라면 누가 찍어주겠냐" 고 쏘아붙였다.

자민련 도지부 관계자들은 "李씨가 JP를 욕하고 다니면, 그만큼 DJ에 대한 반감이 커진다" 고 주장했다.

대전〓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