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은 회사의 자부심, CEO가 디자인 챙겨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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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호 22면

디자인은 더 세련되어지고 소재는 더 다양해지고-. 명함이 ‘마케팅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새로운 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잡은 기업도 있다. 서울 충무로에 있는 마음커뮤니케이션은 일찌감치 인터넷에서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주문형 명함’을 만들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특히 종이가 아닌 플라스틱 소재의 명함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회사 박진만(38·사진) 대표는 “올해 명함 인쇄만으로 20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2001년 창업한 이래 지금까지 1억 장 넘게 명함을 팔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박진만 마음커뮤니케이션 대표

-요즘 명함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보다 명함을 사용하는 계층이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직장인 위주였다면 최근엔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나 ‘○○ 엄마’로 불리던 주부도 당당히 자기 이름으로 된 명함을 주고받는 사례가 늘었다. 회사에서 지급되는 명함과는 별개로 ‘나만의 명함’을 만드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를테면 가족이나 연인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담은 ‘포토 명함’, 자신의 이력을 빼곡히 새긴 ‘프로필 명함’ 등 다양한 형태가 등장했다.”

-개성 넘치는 상품도 많다고 하는데.
“2000년대 이후 자신만의 특성을 담은 형태·디자인이 많이 등장했다. 특히 소재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폴리에틸렌이나 PVC 같은 플라스틱형이 인기다. 종이 명함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지만 표현력이 뛰어나고 두께가 얇은 특징이 있다. 색상이나 서체도 과감해졌다. 이런 개성 있는 명함은 출시 초기엔 벤처기업 임직원이나 기업체 영업사원 등이 즐겨 찾았는데 요즘은 직장이나 직위와 관계없이 주문이 늘고 있다.”

-명함이 직업의 특성도 반영하는가.
“패션회사는 의류 소재를, 철강회사는 얇은 철판 소재를 명함에 쓰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치과나 미용실에서 ‘거울 명함’을 돌려 마케팅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직업적으로 보자면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직은 두꺼운 백색 아트지에 양각을 한 명함을, 벤처기업 임원은 개성이 강한 은색 명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명함도 개성시대가 됐다는 얘긴가.
“21세기를 디지털시대라고 한다. 정보기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지만 오히려 휴먼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독특한 개인 명함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자신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명함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명함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부터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간부로 승진하면 순금 명함을 선물하는 등 명함의 ‘가치’에 주목한다. 그러나 보다 일찍 이런 ‘명함 일깨우기’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특히 기업의 신입사원에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첫째 수단이 명함이다. 젊은이들에게 직업을 구했다는 얘기는 ‘명함이 생겼다’는 말과 동의어다. 이 말은 또 사회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금 과장해 이들에게 명함은 회사 그 자체다. 그래서 명함은 기업의 가치와 자부심을 담은 ‘근사한 작품’이 돼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명함 예절과 활용이다. ‘좋은 얼굴’(좋은 명함)만으론 50점에 불과하다. 명함을 주고받는 예절부터 정리·활용법까지 명함에 대한 모든 것이 신입사원 시절부터 몸에 배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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