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을 말한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 샘 멘데스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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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화제작 또는 문제작을 창작한 주인공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소개하는 '내 작품을 말한다' 를 신설한다. 작가들의 고뇌와 뒷얘기, 작품의 감상포인트를 작가의 입을 통해 직접 듣는 코너다.

그 첫번째로 '아메리칸 뷰티' 를 통해 일약 세계 영화계의 총아로 떠오른 영국의 샘 멘데스(34) 감독이 그간 각 매체에 밝힌 이야기를 정리했다.

'아메리칸 뷰티' 는 한 사회로서의 미국을 그린 작품이 아니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속속들이 따져보면 많은 이슈들을 읽을 수 있다.

총기 소지, 나이 많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불륜, 동성애, 그리고 삶을 살기보다는 삶을 기록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것 등등…. 20세기 서구 문화권에서 살면서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분투하는 개인들을 이야기한 영화라고 봐주면 좋겠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제작사와 승강이가 있었다면 돈과 시간 문제뿐이었다. 예술적인 부분에서는 전혀 간섭을 받지 않았다.

이 작품의 원래 대본에는 주인공(케빈 스페이시)이 딸의 친구와 잠자리를 같이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아버지의 본모습을 찾는 것으로 바뀌었다. 나의 선택을 시나리오 작가가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목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충 세가지로 보면 된다. 첫째는 '아메리칸 뷰티' 라는 장미다. 진한 핑크색 장미를 말하나 내 영화에서는 진한 붉은빛으로 바꿨다.

그리고 젊은 미국 여인의 이상형이랄까, 영화 속 금발머리 치어리더를 뜻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늘 우리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과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연극활동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연극은 한가지 가르침을 준다. 그걸 배우지 못하면 결코 훌륭한 연출자가 될 수 없다. 클로즈 업이나 특수효과에 기대지 않고도 2시간 동안 청중들의 관심을 붙잡아 두는 요령이 그것이다.

하지만 영화작업은 연극에 비해 낭만적인 요소가 덜했다. 촬영장은 마치 전투장 같다. 온통 소음뿐이다. 그래서 영화감독은 참으로 외로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리우드에 깊이 발을 들여놓다 보니 많은 사람이 나의 거취에 궁금해 한다. 난 미국을 사랑한다. 그곳의 영화 문화가 무척 좋다.

도시는 특히 뉴욕이 좋다. 그래도 나는 연극판을 포기하거나 할리우드로 옮겨가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고향은 런던이고 나의 작업장은 돈마 웨어하우스극단이며, 다음 작품은 틀림없이 연극이 될 것이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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