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미쳤나" 말렸지만 뚝심으로 360억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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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대기업 간 각축전이 치열한 리조트 업계에서 10년간 자기 색깔을 고집하며 성장한 강소기업이 있다. 바로 안면도 오션캐슬과 덕산 스파캐슬을 운영하는 리솜리조트가 그 주인공. 신상수 리솜리조트 회장의 성공 비결은 “남들 안 하는 것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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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미쳤습니까? 그건 안 될 말입니다.”

“남들 안 하는 것만 한 것이 성공비결”
‘흙벌레’ 신상수 회장의 리솜리조트 10년 경영기
‘오션캐슬’ ‘스파캐슬’ 히트 … ‘서해안’ ‘스파’ 컨셉트 최초 시도

리솜리조트의 신상수(52) 회장은 지난 10년간 미쳤느냐는 말을 종종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안 하는 일만 골라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립 10주년인 올해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그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다.

리솜리조트는 대기업도 어려움을 토로하는 리조트 업계에서 자기 색깔을 유지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경기침체와 신종플루 등으로 업계가 잔뜩 풀이 죽은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 엠캐슬에서 사명을 바꾼 리솜리조트는 회원제 리조트인 안면도 오션캐슬과 덕산 스파캐슬로 유명한 곳. 지난해는 이 두 곳의 리조트 운영만으로 약 3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7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 창립 10주년인 올해는 리솜리조트의 새로운 작품인 리솜 제천 개관을 준비 중이다. 리조트 업계의 강소기업 리솜리조트는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다른 생각이 생존전략

신상수 회장은 “다른 사람은 미쳤다고 해도 남들, 특히 대기업을 쫓아가지 않았던 것이 생존전략이자 성공전략이었다”고 말했다.
리솜리조트는 1998년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서해 안면도에 위치한 오션캐슬을 준공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오션캐슬은 2001년 7월에 오픈한 해양형 휴양리조트로 여러모로 기존의 리조트에 대한 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상품이었다.

당시만 해도 개발계획만 잡혀 있고 관광자원도 인프라도 부족했던 서해안에 리조트를 짓는다는 것 자체가 의아한 생각이었고 그것도 리조트 전 시설 및 서비스를 특급호텔급으로 한다는 것은 다분히 위험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컨셉트도 새로웠다. 오션캐슬엔 스키장이 없었다.

오션캐슬의 대표적 이용시설인 아쿠아월드는 스키뿐이었던 리조트의 활동 테마를 과감히 ‘스파’로 잡은 것이다. “어쩔 수 없었어요. 동해에 가득한 대기업들 틈바구니 속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이 충분한 서해가 낫다고 생각했습니다.”물론 단순히 대기업을 피해 서해로 간 것은 아니었다.

신 회장은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찾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모두가 동해에 몰려간 사이 국내에는 서해안의 아름다움을 즐길 만한 곳이 없었다. 또 해외 리조트에서 호텔급 시설과 서비스를 누린 고객들이 국내에선 이와 같은 수준을 누릴 곳이 없었다.

그때만 해도 리조트란 주변시설을 즐기고 여장을 푸는 베이스캠프의 기능을 했지, 쉴 만한 장소는 아니었는데 이러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바꾼 것이다. “스파라는 아이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게 없으면 누가 우리를 알아줍니까? 대기업이 대규모 네트워크와 시설을 강조할 때 우리는 우리만의 장점을 강조했죠. ‘스파’라는 아이템도 이런 과정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흙벌레’ 신 회장의 집념

이러한 파격에 고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 바닥을 찍고 경기가 주춤한 상태였지만 개관 전 분양이 완료됐다. 이를 통해 공사자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다. 모델하우스를 짓고 사전예약자만 방문해 관람할 수 있는 VIP 마케팅 전략을 시행한 것도 주효했지만 처음 리조트를 지을 때부터 남들과 다른 생각에서 시작한 영향이 컸다.

가장 놀라운 성과는 서해가 요즘 새로운 국내 여행지로 주목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오션캐슬과 더불어 고급 스파와 리조트가 많이 개발되면서 고급 여행지로서도 급부상하고 있다. 2007년 여름 휴가 상품 중 20%의 판매 비중을 보였던 서해는 올해 60%의 비중을 보이며 3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개관한 덕산 스파캐슬도 오션캐슬의 사례를 이어갔다. 장소, 시설, 테마 면에서 기존의 리조트와는 철저한 차별화를 무기로 삼고 있다. 스파캐슬은 충남 예산군 덕산면 사동리에 있으며 섭씨 49도의 게르마늄 덕산온천수가 공급되는 대한민국 대표 온천테마파크다.

한물간 온천을 테마로 리조트를 만든다고 주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약 2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덕산온천 관광지구는 좋은 수질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교통 및 기반시설 등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스키가 겨울상품이라면 워터파크는 여름상품이죠. 워터파크를 테마로 리조트를 꾸미면 여름상품만 있는 꼴이지만 온천물을 사용하면 겨울에도 이용할 수 있지 않습니까? 물론 피부에도 좋고 말입니다.”그의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개관 전 분양 완료가 된 것뿐 아니라 오션캐슬 회원은 약 2400명인 것에 비해 스파캐슬 회원은 두 배로 증가해 약 4800명이 됐다.

스파캐슬 오픈과 함께 지자체의 지원과 노력이 합세해 관광객 유입인구가 급증하고 상권이 활발히 형성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온천물이 ‘건강’ ‘웰빙’과 통하기 때문에 신종플루로 침체를 겪는 타 업체와 달리 손님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제천에 건설 중인 리솜 포레스트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바다도 없고 스키장도 없이 리조트 안에서 진정한 휴식을 추구하는 컨셉트로 지어지고 있다. 리솜(Resom: Relaxing State Of Mind)이란 이름 자체가 리솜리조트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네임으로 ‘마음이 원하는, 심신의 진정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리조트’를 의미한다.

신 회장은 또 한 번 남들 안 하는 것에 도전하려고 한다. “신규 리조트를 건설하며 회원만족도 조사를 했습니다. 80%가 주변 지인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했는데, 소개하지 않겠다는 대부분의 이유가 경기침체이더군요. 저희의 모험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그가 모험에 모험을 거듭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리조트의 넘치는 공급과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잡기 위해서는 기존의 리조트와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차별화를 위해 모험을 택했던 초기와 달리 이제는 시장의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골프장 없이 리조트를 짓지 않을 때도 골프장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골프장 수가 늘고 있고, 젊은이들은 골프보다 다른 놀이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리조트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흙벌레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한 달 평균 2회 해외 리조트 시찰 및 국내 개발지역 직접 답사해 조경까지 직접 챙기는 신 회장은 앞으로는 좀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예정이다. 현재 동해안의 해안휴양리조트, 필리핀 수비크만의 대규모 리조트시티, 인도네시아 발리의 풀빌라리조트 등을 기획 중이며 앞으로 10년 이내에 모두 개장한다는 게 제2의 목표다.

신상수 회장의 역발상

◇ 왜 콘도는 호텔보다 못한가?
“호텔처럼 집보다 멋진 곳으로 만들어야.”
◇ 왜 리조트는 모두 강원도에 몰려 있나?
“앞으로는 서해안이 뜰 것.”
◇ 이제 온천은 한물간 것 아니냐?
“온천수로 워터파크 만들면 되지.”
◇ 스키장, 골프장 없이 리조트 되나?
“노는 리조트가 아니라 쉬는 리조트를 만들자.”

임성은 기자·lseco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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