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서관 정보화 알맹이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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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2월 1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지식정보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도서관은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정보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최전방 전진기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보화가 미흡한 오늘의 도서관 현실을 지적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지식정보화의 핵심적 기반이 되는 도서관 발전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05년께를 본격적인 지식사회 진입시기로 본다. 앞으로 5년 내에 우리사회는 사이버 스페이스를 이용한 지식과 정보의 유통이 크게 확대될 것이며, 개인의 정보가공능력 수준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이 사회는 앞으로 '학습하는 사회' 로 특징지워질 것으로 이 과정에서 도서관은 가장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도구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우리나라 도서관 정보화 수준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도서관정책 담당부서인 문화관광부가 중심이 돼 행정자치부.교육부.정보통신부.기획예산처가 함께 모여 도서관정보화 추진 종합계획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 계획에는 공공도서관 신축, PC 대수 증가, 네트워크 연계, 인터넷 환경 조성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과거에 항상 미뤄왔던 정보자원의 확보문제, 전문인력 확충 및 정보의 지식화를 위한 연구개발 문제에 대한 실제적인 투자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및 통신네트워크도 필요하지만, 만약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고품질의 정보자료나 데이터가 없다면 이 모두는 빈 껍질에 불과할 뿐이다.

현재 보유 장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도서관들이 자원을 공유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으며, 또한 정보가치가 의문시되는 인터넷자원이 학문연구와 기술개발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이번 종합계획은 도서관정보화에 대한 새로운 개념적 이해를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 지금까지 도서관 정보화라면 전산화, 가정에서의 원격검색, 인터넷자원의 접근을 가능케 하는 작업으로 이해돼 왔다.

그러나 도서관 정보화는 이제 '정보의 지식화' 개념으로 새롭게 이해돼야 한다. 최근 인터넷자원의 정보적 가치와 권위가 문제시되고 있고, 또한 필요한 정보의 획득은 정보의 바다 전체가 아닌 정보의 선별적 선택에 있다는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21세기 지식사회는 과거처럼 정보의 단편적 가치보다 정보의 선별, 고도의 첨단기술에 의한 정보의 분석.조직 및 재편집 또는 체계화에 의한 정보의 지식화에 더 큰 가치가 부여될 것이며, 이러한 정보의 지식화 작업은 곧 21세기 도서관의 핵심적 기능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정보의 지식화 연구와 시스템 개발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주도해야 하며, 실제적인 '국립디지털도서관' 으로의 변모는 분명 우리나라 도서관정보화의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끝으로 도서관 정보화는 공공도서관.학교도서관.대학도서관.전문도서관 모두가 대상이 되고, 사업내용으로 보아도 문광부.교육부.행정자치부.정보통신부 모두가 관련된다.

이제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각 부처가 한자리에 모여 도서관정보화를 논의하고 있는 이 마당에 부디 부처이기주의를 초월한 합의와 협조가 있길 바란다.

또한 예산규모가 큰 사업이기 때문에 계획과 실천이 용두사미로 끝나버리는 과오를 다시는 범하지 않길 바란다.

이두영<중앙대 교수.한국도서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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