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신용카드 당첨자 명단 공개-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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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세청이 복권 제도를 도입한 것은 국민들이 신용카드를 보다 많이 이용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여겨진다. 이에 따라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에게 개인별로 당첨금을 지급하는 제도는 그런대로 무난한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주 첫번째 당첨자 발표 모습을 TV를 통해 보았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최측이 당첨자의 이름과 거주지역을 그대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당첨됐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첨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물론 복권이 당첨된 사실에 대해 놀랍기도 하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신분이 복권 당첨자로서 주변에 노출된다는 사실에 대단히 부담스러울 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당첨은 됐으나 친척관계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앞으로 본인에게 매우 힘겨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차라리 당첨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조차 생길 지도 모른다. 이같은 당첨자에 대한 신분 노출은 명백히 사생활 침해에 속한다. 이는 두가지 원칙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인이 원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개인 신상을 노출해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다. 두번째는 개인 신상에 관해 수집된 정보가 당사자도 모르게 제3자에 의해 왜곡 사용되는 경우다.

언뜻 생각하면 복권 당첨이 대수로울 게 못된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사생활 정보가 외부로부터 침해를 받게 된다는 점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갈수록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법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다루면서 보호해준다.

최고 1억원의 당첨금은 보통사람으로서는 상당히 큰 액수다. 복권을 별도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하다가 복권에 당첨될 수 있으니 누구나 기대해 볼 만한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국세청이 당첨자의 사생활 침해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전석호<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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