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사용 경험 소개 인터넷 사이트 속속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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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00컴퓨터는 툭 하면 시스템이 다운돼 무척 불편합니다. 가능하면 00제품은 사지 않는게 좋습니다. " (kt1110)

"00사에서 나온 클린징은 거품이 잘나고 부드러워요. 가격이 다소 부담되지만 쓸만 해요. " (st0215)

인터넷 상에서 소비자들끼리 자신의 상품구입 실패담이나 성공담을 나누면서 다른 소비자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사이트가 등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엔토크(http://www.entalk.co.kr).가이드클럽(http://www.guideclub.co.kr).소비자감시단(http://www.consumer.co.kr)등이 대표적인 사이트.

소비자들은 그동안 쌓였던 특정 상품에 대한 불만을 이들 사이트를 통해 토로하고 있다.

엔토크의 경우 사이트를 개설한지 4개월만에 자동차.오디오.카메라.가전제품에서 게임.영화.음식점에 이르기까지 16개 아이템 3천여가지 품목에 대한 소비자평가서가 게재돼 있다.

회원수만 4만여명에 이른다.

엔도크보다 한달 늦게 시작한 가이드클럽도 현재 5천여명의 회원에 1천5백여 품목에 대한 사용평가서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네티즌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자신의 실패담을 다른 소비자들에게 들려줌으로써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입비나 회비가 없어도 공짜로 다른 상품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다 물건을 써본 뒤 평가서를 올리면 금전적인 대가가 주어진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의견을 끌어내는 매력이다.

한마디로 꿩 먹고 알 먹는 셈.

예를 들어 엔토크에서는 네티즌들이 평가서를 올린 뒤 1주일 안에 다른 회원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1천원을 적립해주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평가서를 다른 회원들이 한번 클릭할 때마다 1백원을 주며, 소비자감시단은 클릭 회수를 계산해 경품이나 마일리지 혜택을 부여한다.

실제 'reona21' 이란 아이디의 소유자는 그동안 컴퓨터.핸드폰.영화 등의 상품을 사용하면서 경험한 내용들을 엔도크에 올려 10여만원의 수입을 얻었다.

한편으로 알맹이 없이 일방적으로 상품을 비방하고 트집잡는 내용을 올리면 망신을 당한다.

평가서를 읽은 다른 회원이 점수를 매겨 유용한 평가서인지, 아니면 쓸모없는 것인지 꼬리표를 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공익성을 표방한 소비자단체들의 사이트와 달리 상업성을 띠고 있다는 점.

엔토크의 경우 화면에 올리는 배너광고 등의 수입으로 제품평가서를 작성한 회원들이 대가를 받고, 회사는 높은 경영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엔토크 이상현 마케팅팀장은 "비록 상업적인 이득은 얻고 있으나 오프라인(off-line)상에서 이뤄지는 소비자보호운동보다 고차원적인 소비자보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고 주장한다.

소비자보호단체 대부분이 사후 피해구제에 치중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올바른 상품정보를 제공해 사전에 소비자피해를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양질의 제품을 만드는 업체에겐 힘을 실어주고, 불량 상품을 제조한 기업에겐 품질 개선을 촉진한다는 점도 사이트 운영의 공익성을 보여준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李팀장은 "상업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있으나 신문이나 방송에도 광고가 있지 않으냐" 며 "언론과 마찬가지로 광고에 흔들리지 않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내며 세련된 소비문화를 이끌어 갈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데자(http://www.deja.com)' '이피니언(http://www.epinions.com)' 처럼 소비자들이 가상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신들의 권익을 찾고 있는 인터넷 창구가 보편화돼 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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