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늄 추출량 최대 86㎎ 안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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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4~5월 서울 공릉동 연구용 원자로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은 86㎎을 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원자력연구소는 당시 실험에 사용된 5개의 핵연료봉 2.5㎏으로 산출할 수 있는 플루토늄 양을 이론적으로 계산해 본 결과 최대 86㎎으로 계산된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핵폭탄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플루토늄 양(4~6㎏)의 수만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정부는 이날 '핵(核) 파동'의 조기 수습을 위한 총력전을 선언했다. 우라늄 분리 실험에 이어 20여년 전의 플루토늄 추출 실험이 잇따라 외국 언론의 표적이 되자 적극적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 86㎎ 어떻게 나왔나=원자력연구소의 설명에 따르면 핵연료봉 2.5㎏을 82년 당시 실험과 같이 '트리가마크Ⅲ' 원자로에서 6개월간 반응시키면 이론적으로 0.3g의 플루토늄이 생성된다.

핵폭탄 제조 어림없어

그런데 당시 연구팀은 원자로에서 꺼낸 2.5㎏을 질산용액 7ℓ에 녹인 뒤 이중 2ℓ만 가지고 화학적인 방법으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했다. 결국 질산용액 2ℓ에는 0.3g의 플루토늄 중 7분의 2가 들어 있는 셈이다. 플루토늄을 최대로 추출했다고 하더라도 0.086g, 즉 86㎎을 넘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원자력연구소 장인순 소장은 "이 정도 양이면 플루토늄을 손에 쥐었다기보다 흔적에 가까운 편"이라며 "핵무기 운운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 언론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국제원자력기구(IAEA) 소식에 정통한 한 서방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해 "IAEA가 지난해 한국이 플루토늄을 추출했다는 증거를 포착하고 이를 한국 정부에 통보했으나 한국은 6개월이 지난 뒤인 올 봄에야 82년의 실험 사실을 시인했다"고 몰아붙였다.

◆ 정부 "다음주 초가 최대 고비"=외교부의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워싱턴 포스트가 한국이 6년 전부터 핵 개발을 추진해 왔다고 보도했는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어떤 핵 개발 계획도 가진 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국 문제는 결국 안보리에 가게 될 것'이란 보도에 대해서도 "미국 관리가 이란에 대해 언급한 게 잘못 전달된 것으로 조금 전 직접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건은 안보리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안보리 가지 않을 것"

그는 "이미 IAEA 35개 이사국 주재 대사들을 통해 각국 정부에 우리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며 "그럼에도 이사회에서 뭔가 언급이 있을 경우 사실관계에 입각해 적극 해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외교 당국 고위 관계자는 "핵 추출 사례가 과거에 또 있었는지 과기부를 중심으로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도 밝혔다. 한마디로 정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핵 투명성'을 대내외에 천명하겠다는 자세다.

하지만 문제는 북핵 6자회담이다. 한.미.일 3국이 4차 6자회담의 9월 말 개최를 위해 막판 승부수를 띄우려는 시점에 전혀 예상치 않은 핵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9월 말 개최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방북한 리창춘(李長春)중국 공산당 상무위원(국가서열 8위)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한 뒤 13일 귀국하고, IAEA 이사회도 13일 열리는 만큼 다음주 초가 핵 파문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지가 판가름나는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신홍.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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