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 인터뷰 - 번역가 이윤기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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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짤막인터뷰의 주인공은 그리스·로마 신화의 번역자인 이윤기 선생님. 한국에서 가장 신뢰 받는 번역작가이자 소설가인 그를 만났다.

Q 신화를 읽으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신화 읽기는 놓친 부모의 손길을 되찾는 일입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어린이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사회가 짜놓은 커리큘럼에 실려 가게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류의 문화가 발생한 이래 우리의 피와 살이 되어오던,옛 이야기에 실린 꿈과 낭만을 잃어버리게 되죠. 전 이것을 대공원에서 엄마·아빠의 손을 놓친 아이에 견주고는 합니다. 부모를 다시 만나려면 아이는 그들의 손을 놓친 자리로 돌아가서 기다려야 합니다.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겠지요? 신화는 민족 간, 문화 간끊임없이 넘나드는 속성이 있어요. 하지만 ‘보편적인 고유함’도 있지요. 영웅신화를 예로 들어보죠. 거의 모든 문화권의 영웅은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냅니다. 이어 ‘나는 누구인가’ 하는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 의문에 도전하면서 영웅은 세계의 이치를 깨달아갑니다.

Q 학창시절 주로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

중학생 시절부터 세계의 위인전을 찾아 읽었어요. 세계명작전집도 읽었고요. 나를 진정으로 감동시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그것은 성경입니다. ‘씌어진 지 오래 된책, 그런데도 여전히 읽히는 책은 좋은 책이다’라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Q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품’과 ‘작품’, 무엇이 다른지 아세요? 제품은 모양과 기능이 똑같게 찍어낸 물건입니다. 작품은 작가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살아 숨쉬는 물건이죠. 자기 인생을‘제품’으로 만들고 싶은가요?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가요? 나는 60대 중반이 된 지금도 또래와 비슷한 옷은 절대로 입지 않는답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이윤기’이니까요. 남과 같은 삶이 아닌, 남과 다른 삶. 이것이 내 삶의 목표이자 지향점이었어요. 남들이 않는 ‘짓’을 하세요.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고요. 그래야 나만의 인간이 될 수 있답니다.

[사진설명]이윤기 선생님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감동을 느끼고 루브르 박물관을 둘러 보는데 1년이 모자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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