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영어 문화유산 해설 콘테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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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12년은 한국방문의 해다.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1000만 명. 아름답고 우수한 우리 문화유산을 잘 알려야만 ‘대한민국’의 브랜드 파워가 높아진다. 지난 14일,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도 시인 여수에서 전국 학생 영어 문화유산해설 콘테스트가 열렸다.

조리있게 설명…문화유산 이해가 우선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국제교류문화 진흥원이 주관한 이 대회에는 한국 문화전도사를 자처한 18개 팀 46명(초·중고·대학부 각 6팀)이 모였다. 1차 예선은 UCC 응모로 치렀는데 285개 팀,560여명의 학생이 몰릴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학생들은 다양한 주제를 영어로 설명하며 개성 있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특히 초등부 참가자들의 발표가 단연 돋보였다.

서대문 형무소를 발표주제로 택한 이신우(신기초6)군과 고승현(잠원초4)·김현수(광운초5)·장예린(고명초4)·김연서(신흥초5)양은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을 받으며 나라의 독립을 일궈낸 김구선생과 허위·유관순·윤봉길 의사로 분장해 연극을 했다. 서대문 형무소의 역사적 의의는 물론 독립투사들의 에피소드를 잘 담아낸 공연 덕분에 이들은 금상과 특별상을 동시에 받았다. 박서연,석정현,유예진(언북초5)양은 탈을 쓰고 전통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탈춤을 췄다.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설명하기 위한 것. 이들은 양반들의 권위의식과 허세를 비판하는 탈놀이의 해학적 의의를 쉽고 재미있게 잘 설명해 외국인 관람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들은 은상을 수상했다. 김마리(돈암초6)양 외 4명의 학생들은 불국사의 명칭과 불교적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신라인의 복장을 입고 파워포인트 자료까지 동원하는 성실함을 보여 동상을 수상했다.

이번 대회 심사의 핵심은 문화유산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우수성과 가치를 전달했는가였다. 심사를 맡은 국제교류문화진흥원 유정희 대표는 “문화알림이 역할을 하게 될 학생들이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자신 있는 태도로 외국인을 대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인 주한미평화봉사단 윌리엄 하워드씨도 “고급 영어나 문법에 맞는 영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조리 있고 재미있게 설명하는데 더 큰 점수를 줬다”고 덧붙였다.

‘한글’ 소개하는 내용의 상황극 연기

이번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차지한 학생은 정수민(서울·인헌초5)·최희(경기·양지초5)양. 두 학생은 각각 점원 의상과 중국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자기 나라에서 사용할 언어를 사기 위해 ‘세계 문자전시회’에 참가한 최양에게 정양이 ‘한글’을 소개하는 내용의 상황극을 연기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도입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글의 창제자인 세종대왕 이야기와 한글이 컴퓨터 키보드 시스템에 가장 적합한 문자라는 점, 패션디자이너들이 한글을 사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 등을 예로 들며 한글이 IT시대,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이 높은 글임을 강조했다.

정양은 이번 콘테스트 준비를 위해 한글과 관련된 각종 서적과 신문·잡지 기사는 물론 시사프로그램까지 시청했다. 정양은 “자료조사를 하면서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을 다시한 번 실감했다”며 “우리 문화와 역사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갖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버드생들이 한국에 왔을 때 문화유산 해설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는 최양은 “문화재와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나 한자의 의미 등을 풀어서 설명하면 외국인들이 더 흥미로워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한글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5대궁,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 등 더 많은 문화유산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고 전했다.

두 학생 모두 외국에서 살다 온 적이 없지만 영어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최양은 “평소에 영어신문을 꾸준히 읽으면서 역사나 시사관련 단어들을 익혀둔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귀띔했다. 정양도 “대본을 반복해서 읽고 정확하게 암기하면 억양이나 발음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며 “평소에 박물관이나 고궁을 들렀을 때 문화재를 영어로 어떻게 표기했는지 눈여겨본 것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사진설명]전국 학생 영어 문화유산해설 콘테스트에 참가해 한글의 우수성을 알려준 최희(左)·정수민(右)양. 이들은 이 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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