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사랑 실천운동' 벌이는 광명경찰서 하삼종 경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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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기도 광명경찰서 수사2계에서 근무하는 하삼종(河三鍾.35)경장은 동료들 사이에 '농아 통역관' 으로 불린다.

근무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의 대부분을 농아인들을 위한 봉사사업에 바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河씨가 펼쳐온 '농아사랑 실천운동' 은 다양하다. '농아전용 민원상담.범죄신고용 팩스(02-2615-3234)' '농아인과의 대화 개인홈페이지(http://members.tripod.co.kr)' '농아사랑수화교실' 등….

河씨가 이처럼 농아들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은 광명경찰서 민원실 근무할 당시인 1994년 3월. 10대 농아가 찾아와 몸짓발짓으로 교통사고를 당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그의 의사를 알아채는 직원이 단 한명도 없는 안타까운 현장을 보게됐다. 안쓰러움을 떨치지 못하고 밤잠을 설친 그는 '농아 경찰관' 이 되기로 결심했다.

河씨는 비번(非番)이나 일요일은 말할 것도 없고 일과시간만 끝나면 광명.서울.수원 등지의 장애인단체를 찾아가 수화를 배웠다.

또 틈나는대로 농아시설에 나가 농아들의 생활습관도 익혀 나갔다.

河씨는 96년 6월 청각장애인들의 자원봉사 모임인 청림회에 가입, 관내 농아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는가 하면 원동기면허시험에 따른 통역.교통사고 상담 등 각종 경찰관련 민원상담을 도맡아 처리했다.

지난해 9월에는 '농아를 도와드립니다' 라고 적힌 스티커 5백장을 제작, 경기도내 경찰서 민원부서와 파출소.행정관서 등에 부착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광명서 3층 소회의실에 3개월 코스의 수화교실을 개설해 민원부서 경찰관 15명에게 수화를 지도하고 있다.

경찰관들의 직무수사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요즘 '경찰수화기본교본' 을 만드는 작업으로 눈코뜰새 없는 河씨는 "농아인들이 말을 못해 당하는 억울함과 피해가 사라질 때까지 농아사랑운동을 계속 펼쳐 나가겠다" 고 다짐했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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